아카시아 향기에 취한 날, 그리고 개망초
붉은 장미의 시간이 오기전에 아카시아가 향기를 내뿜는다는 사실을 이제야 인지하게 된다. 어린시절 달걀꽃이라고 불렀던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는 지금의 시간엔 아직 장미가 깨어나지 않았다.
시간이 나는대로 찾게되는 공원은 관리가 최소한으로 유지되는 곳이지만 그런대로 자연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잡초가 무성해도 신속히 제거 당하지 않고, 돌부리에 넘어질것 같아 정신 차리고 걸어야 하는 곳도 있고, 부드러운 진짜 흙을 밟을 수도 있는 곳이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이 생기는 곳이기도 하고 어쩌면 치유의 공간이 되기도 했다고 할 수 있다.
봄밤이 깊어지기 전에 산책을 나온 공원은 아카시아 꽃향기로 가득하다. 얼나나 낭만적인 향기인가. 예전에 살았던 곳도 아파트 뒷산 근처에 가면 아카시아 향기가 가득했었다. 아카시아 꿀을 한숟가락 먹고 황홀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사라져가는 벌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지 싶다.
학창시절 아카시아 이파리를 따서 친구와 함께 게임을 하고 걸었던 기억도 난다. ㅋ
누군가는 아카시아 꽃을 따서 술을 담겠지...
밤이 짙어지기전의 공원의 모습은 참 아름답다. 높이 자란 버드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린 모습은 언제나 멋지다. 공원이 고급지지 않아서 찾는 이들이 적어서 다행이다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많은 공원을 걷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관리되지 않은 원석같은 공원을 걷는 기쁨에 이제 중독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보물처럼 아껴두고 싶은 마음이다.
어디서나 쉽고 흔하게 볼 수 있는, 심지어 미국 집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던, '개망초'(Daisy Fleabane)를 작품에 그려 본 적이 있다. 국화과의 북아메리카 원산인 '개망초'는 농부들에게 미움을 샀던 모양이다. 하긴 잡초라고 여겨지던 꽃이 여기저기 피어있으면 불길한 예감이 들긴 했겠다 싶다. 자신 또한 이웃이 잔디를 깍지 않아서 개망초가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이중적인 생각이 들었던가 말이다.
최근 2주전이라고 기억한다. 개망초가 아직 어린 잎을 하고 있을 때 아주머니 한 분이 나물을 하겠다며 뜯고 있는 모습을 보았었다. 맛본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식용으로 반갑게 채취를 하는 모양이다. 귀엽고 이쁜 꽃 이름이 개망초라니, 참으로 어울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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