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ly 07, 2019

The Wall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아침 신문에 끼여온 광고지에 '도종환'님의 '담쟁이'시가 있다. 월요일 아침 마음밭에 맞이하기엔 너무 성실한 시가 아닌가 하고  조금은 반항하다가 결국 자꾸 읽으며 빠져들고 만다.

도시의 방음벽을 타고 푸르게 올라가고 있는 담쟁이의 존재를 볼때면, 컴컴한 스튜디오에서 몰입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조각난 천들을 붙여 만든 화폭을 더 튼튼하게 유지할 생각으로 뿌리처럼 붙였던 가느다랗지만 강했던 실들의 든든함이 지금도 생각이 난다.

결핍은 때로는 삶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인 것 같기도 하다. 부족하기 때문에 벽을 타고 올라가는 것 처럼, 그렇게 자신의 결핍을 채워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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