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ly 09, 2019

꽃길을 걷다

요즈음의 나는 꽃길을 걷는 중이다. 가느다랗게 흔들리던 노란 코스모스가 씨를 맺고 퇴장하며, 접시꽃들이 꽂꽂하게 서서 때를 만난 합창을 하더니 뚜루룩 뚜루룩 땅으로 떨어진다.  투실하게 맺힌 씨앗을 길가던 행인들이 얻어가기도 한다.  아직 거센 바람이 들이닥치지 않아 꽂꽂한 접시꽃들이 꺽이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여름 풍경은 뜨거운 햇살아래 무성하다. 누군가의 정원엔 원하지 않는 잡초들이 무서운 기세로 땅을 덮을 것이고, 누군가의 정원의 과일은 단맛을 더해 가는 시간이다. 탄천변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느낌을 받는다. 시원한 여름 바람이라도 불어주면 여름밤은 낭만적이다.

 탄천변에 애완견을 데리고 나오는 사람들,  수다를 떨며 걷는 여인들, 팔을 과하게 흔들며 가는 여인들, 늘상 혼자 오랫동안 걷는 사람, 개를 유모차에 태우고 걷는 사람, 유견차를 고급지게 미는 사람, 큰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람들, 아이가 자전거를 타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 함께 자전거를 타는 아빠와 아들, 손을 잡고 가는 노부부, 팔짱을 끼고 걷는 젊은 부부, 밤에도 선글라스를 끼고 걷는 사연있는 사람, 밤에도 안면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리는 사람, 슬리퍼를 끌고 걷는 사람, 뛰어 가는 사람, 뒤로 걷는 사람, 툭 치고도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불쾌한 사람, 음악을 크게 틀며  자전거 타는 사람, 보고도 못본척 지나가는 낯익은 얼굴을 가진 사람, 앞만 보고 걷는 사람, 음악을 들으며 흥얼거리며 걷는 사람, 전화로 수다를 떨며 혼자 원맨쇼를 하며 걷는 사람 등등의 사람들은 여름에 살아있다.

여름 아침은 밤과 다르다.  모자를 쓰고 걷는 사람들과 어디론가 향해 바삐 걷는 사람들은 발걸음의 리듬이 다르다 할 수 있겠다. 아침엔 사람보다 꽃들이 보인다. 여름빛에 거세진 갈대들이 탄천을 덮어 가고 있다. 푸른 갈대 그늘 아래에서 쉬고 있을 작은 물고기들을 생각해 본다. 해가 질 무렵 배를 뒤집고 상승해, 수면 가까이 날아오는 날파리를 낚아챌 결정적인 기운을 모으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장마비가 오늘 내일 내린다고 한다는 소식이 무색하게 찬란하게 빛나던 태양이 흐릿한 구름에 가려졌다. 일기예보대로 기다리는 비가 내리긴 할 모양이다.  비바람을 견디고 서있을 꽃들이 생각이 난다. 비가 심하지 않다면 우산을 들고라도 여름밤을 걷고 싶다는 중독된 습관을 제어하기 힘들 것 같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을 잊지 말기로 하자 . 변하지 않는다면 씨앗이 꽃으로 나올 수 없고 열매로 남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씨앗안에 품고 있어야 할 열정과 선한 마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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