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ne 06, 2019

Lingering


갑작스럽게 여행가방을 챙겨 깊은 산이 있고 넓고도 맑은바다가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생각하면 그냥 일상이 편하고 그리 불행하지도 않아 떠나야할 이유를 받아 들이는게 조금은 어려웠지 싶다. 쉽게 떠나지 못하는 마음도 늙어가는 현상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였다. 일본 어느 작가님(니카와 미와) 말씀에 따르면, 어린애와 같은 경쟁심을 잃으면 삶을 이끌어 가는 동력을 잃어 화석화 되어 간다는 말이 왜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그리 딱히 내려놓을 것도 없는데 자꾸만 내려놓으라고 하는 사람들에 둘러 쌓여 있다보면 함께 쉽게 편안하게 화석화되어 가는 면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뭔가 정열적으로 열심을 내는 흔히 말하는 욕심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보면 구석지고 후며진 자리에 내다버린 빨간 열정이 고개를 들고 일어나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에 알게모르게 영향을 미치며 '만남'이란 단어가 소중하다라는 것을 깨우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어린애와 같은 마음으로 집을 떠나 길위를 달렸다. 건조한 6월의 푸른 시간들은 비를 기다리고 있다. 비가 오면 어떠리 비내리는 거대한 산을 바라보는 것도 좋을 것이고 비가내리는 넓은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좋을 것이요~~~

바다가 보이는 호텔은 급급하였다. 창문을 여니 파도소리가 들려오고 그리고 모기가 들어왔다. ㅋㅋ 무엇을 먹을까를 먼저 고민하는 난 위장형 인간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었지 싶다. 먹기 위해서 몸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인 후엔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름 행복해지기 위해 아침 바다를 산책하고, 호텔에서 제공한 심히 가벼운 조식을 먹고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멋진 설악산이로세!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바라본 설악산은 멋졌다! 운무가 낀 설악산의 한 부분을 본 것인데 반하고 말았다.  가벼웠던 조식에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위해 호떡을 밀어 넣어 주었다. 외국인도 많이 오는 것 같은데 호떡굽는 아주머니의 얼굴이 좀 더 즐거웠으면 했지 싶다. 너무 현실적으로 몰입해서 굽는 태도는 전문적이었지만 왠지 즐겁지 않아 불편했지 싶다. 산과 호떡은 환타지인데 호떡 아줌마 얼굴이 넘 현실적인 그 느낌!

호떡 먹고 올라간 설악은 요세미티의 절경만큼 훌륭했다. '무슨 바위들이 이리 멋지당가!' 여기저기서 각 지역의 사투리들이 들린다. '요기서 찍어브러~~ ' '요렇게 조렇게~~ ' '여기가  사진찍기 좋은 명당자린겨~~'

가뭄이든 설악산의 물줄기는 흐르지 않았다.  돌만 무더기로 멈춰 있는 풍경을 보며 폭포가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 없었다. 비룡폭포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정말 폭포가 있는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흐르는 물을 보기 어려운 그림이었다.  미약하나마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포기하지 않고 산행을 하였다.

나무들이 갈증에 나들어가고 있음을 보았다. 비가 내려야 한느데...여기저기서 탄식소리가 난다. 주름진 여인이 무거운 몸을 움직이며서 하는 말씀이 감사하다. '이렇게  산에 오는 시간에 비가 내리지 않아 감사하지만 비가 내려야 합니다.' ㅋㅋ 비가 오면 산이 미끄러워 위험할 수 있는데 비가 내리지 않으니 감사하다는 말씀인 것이다.

다행히 산을 내려온 후 비가 내린다!!!

대포항엔 여행객들이 밀려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가 굼금해서 횟집 사장님께 여쭤봤더니 다들 강릉 단오제 축제에 갔을 것이다고 하신다.  덕분에 시끄럽지 않게 싱싱하고 맛난 회를 즐길 수 있었다.   속초 중앙시장에 들려 맛난 닭강정과 술빵을 사야하는 마지막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갔더니만 사람들이 거기에 다 있는 듯 하였다. 우글우글 부쩍부쩍!

시장 사람들은 즐겁고 행복했다.  어린아이들 손을 잡은 젊은 부부들이 많이 보이는 곳이 속초 중앙지장이다. 이름난 가게에 길게 늘어선 풍경은 인상적이었다. 길게 늘어진 기다림으로 발효된 술빵은 미래적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비 내리는 고속도로는 심하게 막혔다. 그래서 술빵이 인기인가 하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 막걸리로 만든 술빵은 담백하고 따뜻하고 푸근하게 위안을 준다는 것을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비가 내리고 있다.
비룡폭포 물줄기가 굵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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