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16, 2017

애매하게~~~

실패의 힘
                             -천양희

내가 살아질 때까지
아니다 내가 사라질 때까지
나는 애매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비가 그칠 때까지
철저히 혼자였으므로
나는 홀로 우월했으면 좋겠다

지상에서 나라는 아픈 신발이
아직도 걸어가고 있으면 좋겠다
오래된 실패의 힘으로
그 힘으로


아침 신문속에서 발견한 오늘의 시이다. 애매함, 철저한 외로움, 아픈 신발, 오래된 실패의 힘 이란 단어들은 시인과 내 자신과의 사전에서 공통되게 발견되고 있음을 보았다.

'애매함'이란 단어는 대학원 시절 크리티크 시간에 분명한 것을 그리던 나에겐 도전적인 단어였던 것을 기억나게 한다. 애매함이 주는 열려있는 풍부한 의미를 아직 깨닫지 못해 힘들었던 시간과 장소가 있었던 곳이 떠오른다. 구상에서 비구상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겪어야 했던 과도기와 맞물려 있었던 치열하고도 답없던 시간들을 결국은 통과를 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스튜디오에서의 철저히 외로운 시간을 지내온 사람들은 안다. 그 고독함과 외로움이 오로지 자신만의 것임을. 오로지 자신안의 깊은 바닥에 들어가 다시 떠오르는 광기의 힘으로 작품이  순간적으로 품어져 나오는 것을.

온몸과 온마음으로 작품을 하다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작품에 집중하게 된다. 어쩌면 그것은 강한 중독이다. 이곳에 '욕심'이란 얕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치욕적이라고 본다. 본능적인 욕구에 이끌려 치루어야 할 의식같은 것이다. 언제나 그렇게 표출된 것들이 작품적으로나 상품적으로 성공의 길을 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돈이 필요하다면.

작품을 하면서 '실패'란 단어를 사용했던가 묻는다면 실패는 없었고 다만 만족하지 않았을 뿐이었단 것을 기억한다. 만족하지 않았기에 잠시 넘어져 다시 일어나는 것을 반복했을 뿐이다. 일어나기 위해 엎드려 들어가고, 나아가기 위해 물러나는 것처럼 자신의 것을 표출하는 행위는 예술의 한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살아가면서 '실패'란 단어를 몇번 사용했는지 물어 본다.  그 단어는 아무래도 '성공'이란 단어의 빈도수를 물어보는 것이 훨씬 쉽게 그 단어의 정의를 알 수 있겠다. 두 단어는 생각외로 낯설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래묵은 부정적인 단어들의 어둡고 깊은 힘을 딛어 솟아오르는 그 힘으로 한 송이 꽃을 피운다는 이야기로 좋은 시 한편을 감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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