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ne 25, 2017

~~~up

월요일 아침신문을 읽다가 후당의 재상이었던 풍도의 '설시'로 유명한 구절을 보게 되었다.

"입은 화가 들어오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날과도 같다.
입을 닫고 혀를 감추면 어느곳에 있는 편안하다."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는 입을 닫을 수 있는 여유를 품을 수 있는 시간에 있음이 틀림없다. 입을 닫으니 마음이 번잡하지 않고 평안할 수 있었던 것 부인할 수 없다. 마음을 지키는 것은 침묵하며 제대로 보고 듣는 일이 먼저라는 사실을 월요일 출입문앞에 걸어본다.

입을 닫고 기분을 업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지?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내면의 기쁨이 차고 넘쳐 밖으로 나가 '나'라는 옷을 입혀야 하는데 말이다. 

며칠전 '뱀'과 마주친 일은 참으로 기이했다. 뱀출몰 지역이라는 표시도 없는 산책길을 걸어오는 시간은 해가 머리 한 가운데 떠있는 시간이었다. 전날에 텔비에서 멧돼지가 뱀을 포식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봐서 그런 것인지  푸른 냇가에서 천변으로꿈틀거리며 올라와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구불구불 기어나오는 것을 쉽게 발견했다. 나무막대기 같은 보호색을 가지고 있는 물체가 커브를 틀며 구불거리지 않았더라면 뱀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천가엔 행인 나말고 유모차를 끄는 새댁 한사람이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다.

으~~뱀이야요~~~

땅을 기어다니는 동물답게 사람의 발걸음을 눈치챘는 지 다행히 슬렁슬렁 아주 천천히 긴꼬리를 끌며 잡초가 무성한 천으로 내려갔다. 통통한 오리와 흰 두루미와 야생 고양이가 살고 있는 냇가에 뱀이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접수하게 되었다.

놀란 가슴에 구청에 전화를 걸어 표시판을 걸든가 빨리 천변 잡초를 제거해서 시야를 투명하게 해야한다고 적극적인 전화를 했다. 혹시라도 지나가던 임신부가 놀랬더라면? 스마트폰으로 시에서 조만간에 해당업자가 천변정리를 할거라는  영혼없는 문자가 날라왔다. 며칠이 지나도 천변은 무성하다 언제 뱀이 일광욕을 하러 나올 지 모른 체 순진한 사람들은 오리 구경하며 걸을 것이다.  주의표시판이 혹시 걸리려나 하는 기대는 아예 하지 말았어야 한다. 역시나 아무런 구체적인 주의를 하지 않고 있다.

그날 이후 난 천변을 홀로 걷지 않는다. 뱀을 조심하라는 안내판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은 잠시 일다 사라졌다. 이런 침묵은 안좋은데 말이다.

오늘쯤 구청에 닥달 전화를 해볼까나? 독없는 뱀이니 냅두라고? 그려, 함께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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