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21, 2016

Reflection

집으로 내리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는 어느 이웃집 인테리어 공사탓으로 잿빛 두꺼운 카펫(?)을 며칠째 둘러  입고 있다.  소리와 빛을 흡수하는 재질감과 무거운 색감 탓인지 익숙하지 않은 공포감까지 느끼게 된다. 반짝 반짝 빛이 반영 되는 금속면과 객관화된 거울의 자신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신기할 정도로 갇힌 기분을 주는 것 같다. 빛이 흡수되어 버린다는 것은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줌과 동시에 빛으로 반사되는 세계가 얼마나 황홀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것을 인지 하였다.

물가로 가는 길은 비에 젖어 늘어진, 칼라의 현실이 사라진  추상적인 갈색의 겨울을 보았다. 그래도 바위를 타고 넘는 물소리를 내는 냇가 어딘가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움직이고, 집 없는 고양이가 쓰러지는 잡풀속에 숨어 추운 시간을 보내고, 뚱뚱한 오리들이 겨울 햇살 받아 반짝이는 물가를 한가롭게 거니는 아침 풍경화를 보는 것은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누군가와  반짝반짝 나름의 빛으로 서로 물드는 것은 아름다운 일인데 현실은 마음을 굳게 잡지 않으면 선한 빛을 교환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추운 시간일수록 내적인 에너지를 충실히 하여 겨울나무처럼 밑으로 밑으로 뿌리를 내리는 적극적인 그림을 생각해 본다. 인생은 셀프니 말이다!

강원도 속초에 가니 겨울을 경험하고 싶은 동남아님들이 많이 계셨다.  색들을 감춘 추상적인 흰 겨울의 감동을 처음 본다면 흥분될 일일 것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할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열렬히 감동 받을 것이다. 나 또한 처음 살아본 사람처럼 설악산의 눈그림에 가슴이 뛰었음을 고백한다. 산끝자락에서 눈보라가 일어날 때, 커다란 눈사람이 착하게 서있을 때, 소나무 위에 달라 붙은 흰옷입은 만화 캐릭터들을 보며 상상할 수 있을 때, 징이 박히지 않은 신을 신고도 눈덮힌 산을 올라 가고 있을 때 ... 꽃같은 봄을 품기 위해 버릴 것은 버린 겨울 그림에 가슴이 뜨거웠음을 기억한다. 그래, 때로는 덮을 것은 덮고~~~
(참고로, 사진에 나온 인물은 본인이 아니고 외국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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