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25, 2016

Lingering

Lingering, Mix Media, 40x40 inches

물가에서 돌아오는 길에 낮은 동산에 낙엽을 덮고 서있는 겨울 나무들을 보면서 문득 어두운 방에 빛을 보지 못하고 서있는 그림들이 생각이 났다.  '밤의 정원'의 첫 이미지가 태어나던  그 가슴뛰던 나의 붉은 이야기들이 가슴을 찡하게 울리며 떠올랐다. 예상하지 못했고 기대하지 안았던 이미지가 스튜디오 공간속에서 보여졌을 때 그것이 내것이라는 것을 바로 쉽게 알아채지는 못했었다. 부드러움과 거침이 공존하며, 불태웠을 여름의 열정을 기억하고 본질적으로 남은 내 정원의 화석처럼 굳은 무의식적이고도 순간 찰나적인 모습은 긴한숨과 치열한 고독의 과정을 지나 그렇게 나의 이름을 달게 되었었다. 그리고 그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오늘 내게로 왔다. 

색을 버린 겨울 숲을 보면 유난히도 이 작품이 떠오르는 것은 '추상'에 대한 본질이 흡사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싶다. 유화의 찬란한 색을 버리고, 사물을 모방하는 것을 정지하고 그런 기술적인 것을 버린 작업은 받아 들이기 어려운 실험적인 시간을 필요로 하였고 그리고 난 정지 하지 않았었다. 가슴에 뜨거운 열정하나가 움직이는 힘을 주었고, 그리고 홀로 외로이 스튜디오와 집을 오가며 온통 작업 생각만을 했던 그 순수했던 시간이 자꾸만 멀어져가는 것은 가슴아픈 현실이나 한번은 내 옴몸 뜨겁게 달구었던 기억있으니 행복하기로 한다. 넘 달달한 변명에 불과하겠지만 말이다.

...................................................................................Abba, Take a chance on Me


물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다 얼굴만 아는 어느 아주머니께서 자신이 쓰는 화장품 샘플에 대한 불평을 털어 놓는 것을 보게 되었다.  속을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샘플 병에 든 촉촉(?) 에센스님은 한번 나오더니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며 손바닥에 내리치며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에센스의 무응답에 그 불쾌함을 참지 못하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그러려니 하면서도 사는 것이 그렇게 때론 속인다며 허하게 웃었지 싶다. 나 또한 지난 주말에 대학로에 나가 뮤지컬 한편을 보았는데 꽤 상당히 실망했지 싶다. 뜨거움이 결여된 가벼운 뮤지컬은 혹시 본인 취향에 맞지 않은 선택을 하였다는 자체 반성을 하더라도 출연진들은 노래도 못하고 감동도 주지 못하고 볼거리도 없고,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 때문에 화가 났을까? 새로울 것 없고 통속적인 싸구리 뮤지컬에  대한민국 뮤지컬 앞날을 걱정하고 그러면 안되겠지만 말이다. 뭐시라! 제작자가 돈이 없어서 그렇다고? ㅠㅠ 

돌고래처럼 놀고 있는 물가엔 조명등이 침침하다. 물속의 돌고래들의 못난 몸놀림이 보기가 뭐해 일부러 불을 꺼놓은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심이 생긴다. 혹시 전기세 절약할려고 불을 끈 것은 아닌지요? 그리고 물가로 내려가는 벽들은 방수 페인트칠이 벗겨져 시커먼 물때와 곰팡이로 기괴한 풍경일 이루고 있다. 일찌기 그 처절한 환경을 불만스러워 하던 성질 있는 여인은 요새 물가에 나오지 않는다. 그녀가 지적했을 때 지원을 했어야 했던 것 아니가 하는 늦은 양심이 들기도 한다. 물놀이에 중독된 물가의 여인들은 이런 참혹한 환경에 대해 저항하고 있을까 아니 저항이나 할 수 있을까?  나처럼 귀찮아서 알아서 하겠지 싶어 그냥 물가로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누군가가 회원들의 안전을 위해 체크는 하고 있는 것인가? 전화라도 한통 날리면 물이 깨끗해진다는 어느 성질있는 여인도 물가에 더이상 보이질 않는다. ㅋㅋ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걸로~~~ 아니면 중독이 되질 말든지~~~

아쉬우면 지는 것 맞다! 물가에 가는 것에 중독되지 않았다면 침침하고 더러운 벽이 서있는 곳에 가서 건강 운운 하며 운동을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에 가서 열정을 불태우는 자신이 좀 불쌍해지면서 아무래도 그만 그적거려야겠다. 침침한 월요일이라 마음까지 할 일없이 질척거리니 말이다.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