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27, 2016

Better than Nothing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오는 것은 책을 읽다 말아서 오는 금단현상으로 봐야하나 아니면 꾸물꾸물한 날씨탓을 해야하나...책을 놓고 일어나 보니, 여름처럼 후덥지근한 날을 견뎌낼 얇은 긴 치마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찾으려 하면 보이질 않고해서 돋보기를 쓰고 찾을 수도 없고,  혼자서 정신없이 헤매이다 침대 모서리에 다리를 찍고 말았다. 상처난 다리에 연고를 바르며 늙어버린 나를  보았다. 늙었군! 쩝쩝 그래, 얼마나 고상이 많은 다리인가...가볍지도 않은 몸을 지탱하느라 검버섯이 일찍 피어나는 내 불쌍한 다리...왜 이리 마음이 처참하지? 날씨탓이야~~~

그래도 붓을 들고 싶지 않았다. 책을 읽을 시간이라며 게으름을 피우며 리모콘을 이리저리 누르고 있노라니, 어느 아짐과 같이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해서 밀린 빨래나 세탁기에 넣자며 다시 무거운 몸을 쇼파에서 일으켜 세웠다. 물가에 다녀오는 길에 벌써 이름 잊은 하얀 꽃을 화분에 심어줘야 하는 오늘의 소명을 깨달았다. 그래 눈이 게으른겨~~~

의욕없이 구석지에 서있는 빈 화분에 새흙을 채우고 꽃을 꾹꾹 눌러 담고나니, 분홍색 제라늄이 새집이 필요하다는...모처럼 맨손에 흙을 묻혀 보았다. 으 귀찮아~~~다시 붉은 제라늄이 묻는다. 나는? 넌 다음에~~~

물가로 가는 아침 길에 하얀 철쭉을 보았다. 연분홍, 붉은 철쭉이 만발한 가운데 하얀 철쭉은 가는 걸음을 머뭇거리게 하며, 엄마의 부지런하고 말이 없던 하얀 철쭉을 생각나게 했다. 내 베란다 정원에도 조용한 흰꽃이 들어오니 한결 어울려서 낫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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