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pril 14, 2016

The Pink Snows

물가를 다녀오는 길에 혼자 밥 사먹는 시도를 해보았다. 금요일이면 좋은 님과 점심을 하며 수다를 떠는 것 행복한 일이겠지만, 멀리서 온다는 친구의 정스러움을 마다 하였다. 많은 말을 내뱉은 뒤라 침묵이 필요한 시간이란 것을 알기에 조용한 금요일 시간을 걸어왔다.

봄바람이 치마자락을 살랑거리며 지나갔다. 그리고 핑크색 벗꽃들이 눈처럼 내려와 그늘진 곳에 눈처럼 내려 앉는 4월의 시간은 참으로 아름답다. 이제 아파트 단지 내 조성된 철쭉들이 소녀의 풋풋한 입술처럼 각기 붉은 색들을 들어 올리며, 더 뜨거운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풍경을 걸어오는 길은 행복했다. 그 길에 콩나물 국밥의 가격은 유혹적이었지 싶다.   커피 한잔에 케잌 한 조각을 먹는 것보다는 폼없는 그림이긴 하지만, 나다운 선택이었지 않았나 여겨진다.

삶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다. 지속적으로 어떤 일을 진행하며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 위해선 쓰디쓴 인내의 시간 또한 동반되는 일이지만, 때로는 부당하고 배려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견디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며 나 또한 그런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자각했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지 못한다면 때로는 사람들속에 빚어지는 불쾌하고 냄새나는 그림속에 일부가 되어 함몰되기 쉽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봄햇살에 때를 맞추어 나름의 색을 가지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봄의 꽃처럼 내안의 좋은 에너지를 깨워 일으켜야 하고 그럴 것이다. 완전한 인격체가 아닌 일그러진 모습들 속에서도 가장 선한 것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밝히는 것을 포기해선 안된다며 콩나물 국밥이 말했다.  금요일이 창밖에서 맑게 빛나는 시간이다. 아들을 위해 다림질을 할 것이며 그리고 아들이 읽으라고 준 '채식주의자'란 책을 열어 볼까한다. 붓은 왜 안드냐고? 붓은 왜 드는데요? 예술이란 삶의 변형물이며, 삶에 대한 나름의 인식이 없이 그적거리는 붓놀림은 그저 단지 기술에 지나지 않으며, 사유하지 않은 붓놀림은 때로는 쓰레기처럼 심한 냄새를 풍긴다는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잠시 붓을 놓고 돌아볼 때도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게으른 핑계 하나를 꺼내본다.

꽃잎들이 하늘에서 바람을 타고 내려온다.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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