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ower of Nothing
비오는 아침을 빨간 우산을 들고 걸었다. 장화를 사야 할 것 같아...시냇물이 깊은 소리를 내었다. 붓을 들고 싶지 않은 비오는 수요일 오후에 버스를 타고 더 바깥으로 나가 보았기도 하였다. 버스가 다닌다는 것이 감사하다는 것은 이곳을 떠나보았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난 차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다.
큰아들이 아침에 소개해 준 책을 문화의 날이라며 서둘러 읽었다. 붓을 들지 않아서 그런지 마음이 허하기도 해서 굶주린 마음으로 읽었다. '손의 흔적'이란 책으로, 자연에 순응하는 건축을 무심하게 만드신 이타미준의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바람을 거스리지 않는 건물을 생각하였다는 말은 멋졌지 싶다. 드로잉을 하며 생각을 구체화하며, 자연과 조화로운 공간을 들어 올리는 그 과정속에 치열하게 사유하고 끝내 무심의 경지에 이른 작가의 삶을 책으로나마 알게 되어 기쁘기 그지 없다.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또 한명의 사람이 이 세상에 왔다 그리고 갔나보다.
김현식, 비처럼 음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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