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ly 28, 2010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님의 장편소설을 잠이 오지 않는 틈을 타서 부지런히 읽었나 보다. 딱딱한 미학책을 읽다가 머리도 식힐 겸, 나와 그가 나오는 잊혀진 젊은 날의 성장소설을 읽자니 괜시리 기본적인 영어 단어 스페링까지 헷갈리는 오늘날의 노후한 지적인 상태가 떠올라 낭만적으로다가 음미하며 서서히 읽을 수가 없었다. 신학기가 가까운 지금 갑자기 영어실력이 확 늘어날 방법도 없고 하니 그냥 쭉 머리 채우는 일(?)/ 머리 비우는 일로 가기로 하고 서둘러 읽었는 지도 모를 일이다.

대학시절 의식서클을 뛰며 나름대로 애국하던 이들은 지금 다들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난 그들이 데모할 때 뾰족 구두신고 나름 시리고 푸른 청춘을 보냈었는디...눈물이 많았고 가슴이 아팠던 이십하고도 한두살이 그렇게 갔었지......의식있다는 님들의 입에서 품어져 나오는 담배연기가 어찌나 멋있었던지...난 그들이 비웃는 골빈 여대생의 한 사람이 되어 운동화 신고 뛰어 다니는 그들앞을 뾰족 구두신고 용감하게 걸어갔던 그 순간이 지금도 내 뇌리속에 잊지 못할 한 장면으로 각인되어 있다.

뭐 그렇다고 집안을 책임지느라고 돈버느라 애국활동을 못한 것도 아니고 그저 내 젊음이 힘들었다. 행복하고 이쁜 여대생이 아니었기에, 골을 비울 만큼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없었기에 난 그 멋있고도 지적인 의식서클도 해보지 못했다. 그들앞을 지날 때면 숨길 수 없는 열등감이 올라왔다. 그래서 나의 뾰족 구두소리가 더욱 크게만 느껴졌던 그 젊은 날.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은 대부분 광고전화가 전부인 요즈음의 미국 생활이다. 일부러 전화끊고 혼자이기를 선언할 필요없이 그렇게 되었다. 학교가면 핸드폰 끄고, 집에 오면 이런저런 집안 일로 전화기 붙잡을 시간 조차 여유롭지 않다보니 전화로 소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과만 전화가 성사되는 경지에 이르고 말았다.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린다!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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