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ugust 05, 2009

Storm in Garden


바람불어 좋았던 날들은 옛날 이야기다. 바람불고 비오니 베란다의 열려있는 창문만 닫곤 하는 아파트 생활의 끕끕함 보다는 지난 오월의 공포 영화같은 장면이 떠올라 놀란마음으로 빨리 날씨님의 상태가 어떠한지를 빨리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지금껏 살아온 날에 바람불고 비오는 날 없었겄는가. 하지만 두렵다! 지붕 날아가고 나무 넘어지는 모습을 두눈으로 보았기 때문인 것이다.

지난 것 보다는 약한 폭풍이 두개 지나갔다 하였다. 바람부는 날 꽃들이 떨어진다.

이름도 기억못해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잠꾸러기인 식물하나가 팔월에 수 많은 작은 꽃들을 꽃폭탄 처럼 한 가지에 피워올린 모습이 독특하고 아리따워 눈길을 사로잡곤 했는데, 그만 바람에 넘어지고 말았다. 한 줄기의 꽃폭탄이 강한 바람을 견디기에는 버팀목이 있어야 했던 것이었다. 하도 아까워 꽃병에 담아 그 아쉬움 달래보지만, 속이 상하고 만다. 어차피 꽃들은 영원하지 않지만, 그래도 지대로 피워보도 못하고 바람에 꺽인 것을 보니...사실 바람이 넘어 뜨렸고 내가 그것을 일으켜 세우다가 그만 뚝하고 소리를 듣고 말았다. 윽! 할 수 없이 내년 여름까지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그렇다면, 토마토와 고추들은? 서둘러 야채들이 있는 곳에 가보았더니, 그동안 벌레도 타지 않고 싱싱하게 푸른 열매들을 맺고 있던 두개의 토마토 나무들이 등이 꺽여서 부추밭에 자빠져 있지 않는가! 토마토 열매의 무게를 지탱해 줄 지지대가 바람에 못견디다 보니...내가 돕는다는 서투른 동작에 토마토가 뚝뚝 신음하며 꺽어지는 소리를 내며 토마토 향기를 뿜는 것이 싫어 그냥 있는 그대로 이리저리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었다.

이름도 이쁜 '스위트 바나나 페퍼'란 맵지 않고 바나나 처럼 큰 고추를 따왔다. 농약 한방울도 안뿌리고 커피와 우유 그리고 기한 지난 영양제 그리고 달걀 껍데기를 먹고 자란 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으며 왜 바람은 부는 것인지 하며 무식한 생각을 잠시 하였다. 학교 다닐 때 자연공부를 제대로 할 것을... 하긴 달나라엔 바람이 없다고 했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것이겄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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