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길
장마비가 잠시 머뭇거릴 때, 얼른 바닷가로 달려가 석양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었다. 기분도 그닥 좋지 않고 탁 트인 바다로 달려갈 때가 된 것이다. 장마의 흐린 기운은 황금빛 석양을 볼 수 있다는 확신을 빈약하게 하고 큰 기대도 갖지 않기에 충분했다. 기분이 꿀꿀거릴 땐, 드넓은 바다로 달려야 한다~~~
밖으로 나가면 '음식'이 가장 고민거리이다. 바닷가 식당은 대부분 해물 칼국수 식당 아니면 게장정식으로 난감하다. 불안한 마음으로 한참을 여러 식당을 지나쳐 새로 생긴 식당 한 곳을 발견하였다. 새로 연 식당이니 '처음의 마음'이 있을 것이라 여기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나 보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반찬이 신선하고 간도 적당하고 맛있지 않는가. 바다에서 건져진 신선하고 고소한 생선 구이를 비린내와 누린내 없이 정말 잘 먹었다. 행운이다 싶다. 착한 식당을 우연히 알게 된 것은 꿀꿀한 날에 주어진 분명 위로같은 행운임에 틀림없다.
배가 부르고 기분이 좋아졌지 싶다. 이제 노을이 지는 바다에서 평화롭게 거닐면 금상첨화인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장마의 흐릿한 기운은 더 짙어졌다. 그러나 그 구름 뒤에도 태양은 있는 법. 혹시 모를 일이다. 뿌연 시야 사이로 붉은 태양의 기운이 보였다 사라졌다~~~ 허옇게 질린 하늘에서 아름다운 석양을 기대하지는 않았기에 흐릿하지만 붉은 태양의 기운은 더 고맙기 그지 없었다.
바닷가 카페와 술집들은 이국적이다. 그리고 한산하다. 이리도 아름다운 해변의 카페에 사람들이 바글거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다들 어디에 있을까 궁금했다. 뿌연 구름의 기세가 훨씬 세다! 어디선가 생 음악이 들려와 따라 걸어갔더니, 나이가 있는 동네 밴드 몇 명이 모여 귀에 익은 오래된 노래를 부르며 리허설을 한다. 황금빛 노을을 감상하며 노래를 듣는 낭만적인 풍경을 상상해 본다. 사람들이 너무 없다!
사람들이 없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바다가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적적한 것 같기도 하고~~~바다의 물이 갈라지면 '목섬'에 갈 수 있는 길이 생긴다고 한다. 성경에 나오는 모세의 길처럼. 내게 무슨 그런 행운이 있을거나하며 내가 경험할 '기적'을 의심했다. 하지만 찰랑거리는 바다가 빠르게 양쪽으로 서서히 갈라지며 '목섬'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지 않는가. 찰랑거리는 물 밑으로 길이 보여서 금방이라도 뛰어가면 금방이라도 다을 것 같았다. 그래서는 안된단다. 바닷가를 왔다갔다하며 겸손하게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지고 바다보다 높은 길이 보였다. '꼭 지친 나를 위한 선물을 준비한 것처럼' 바다의 길이 보였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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