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푸르고 맑은 오월의 아침에 멀리 있는 바다보다는 가깝고 만만한(?) 산에 가기로 하였다. 평소 주말의 배부른 점심을 먹고 오르는 것과 달리 아침 산행은 이상할 정도로 힘들지 않았다. 처음 시작하는 진입로의 가파른 각도가 그리 힘들지 않았던 것은 '스트레칭의 도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먼저 핀 향기로운 아까시아가 시간과 비바람에 떨어져 꽃길의 구석진 자리를 메꾸고 이제 하얗게 피어난 때죽나무 꽃(snowbell)들이 그 위로 떨어져 꽃길을 만들었다. '때죽나무' 이름은 하얀 꽃들과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는 유감을 갖게 한다. 때로 피워서 때죽나무, 검은나무줄기가 검은 때처럼 보여 때죽나무......맘에 들지 않는다. 영어명(snowbell)이 훨씬 와닿는다. 꽃말은 '겸손'이란다. (꽃이 흰색이면 더 겸손인가 아니면 아래로 대롱대롱 향한 방향때문에 그런가??)
'꽃길만 가소서'란 말은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고 부담스러운 말이다. 하지만 산에 오르니 그 환상적인 '꽃길'을 즈려밟고 걷게 되는 것 아닌가!
오월의 숲 바람이 부니, 미쳐 낙하하지 않은 아까시아 꽃들이 눈처럼 떨어진다. 영화의 한 장면을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하는 느낌 아니 그 이상이다. 만만한 동네산은 활엽수가 많아 5월이 가장 푸르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들게한다. 귀하게 일부러 심겨진 '소나무들'이 누렇게 병들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한창 새순을 위로 들어올릴 시기인데 어찌하여 누렇게 병이 들고 있단 말인가.
산행 후 숲의 '푸른 에너지'를 얻은 탓인지 미루고 미뤘던 옷정리를 하였다. 게으름을 피우던 마음을 '훅' 물리치고 '지금 당장'하자며 창문을 열어 놓고 무더운 여름준비를 하였다. 아직도 나는 잘 버리질 못한다.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고 '나'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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