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08, 2025

행복한 사람

 오후에 야속하게(?) 비가 내린다고 한다. 환상적인 벚꽃 구경을 제대로 하려면 주말까지 비가 내리지 않아야 하는데, 비에 젖은 여린 꽃잎들이 떨어지겠다. 싹뚝싹뚝 가지를 쳐낸 아파트의 조경은 봄이 되었어도 삭막하기 그지없다. 위로 올라간 어린 잔가지들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기심이란 어디까지인가. 어쩔 수 없이 행해진 것이었겠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장을 보러 가는 길에 어느새 팝콘처럼 피어있는 벚꽃길을 걷게 되었다. 벚꽃 그늘 아래에서 꽃향기를 맡을 수 없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싱싱한 먹거리를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개나리가 춤을 추고 귀여운 앵두나무 꽃이 더 활찍 피어나는 봄길이었다. 엘리베이터 대신에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 집으로 돌아왔다. 이만하면 오늘은 봄으로 족하지 않는가! 

짧은 낮잠을 청하기 전에 몸을 움직여 기본적인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불려놓은 병아리콩을 삶고, 포근포근한 고구마를 삶고...집안에 수증기가 가득이라 이쪽저쪽 창문을 열다가 냄새를 맡지 못하는 코를 위하여 수증기에 코를 가져가 본다. 코안에 혈류가 왕성해져 얼른 4월의 꽃향기를  맡게 해주세요~~~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발견하였다. 그렇다. 나이가 이쯤 되었으면 자기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챙겨주고 사랑해줘야 한다. 붉은 호기심 잘 챙겨서 다양한 자극에 노출될 수 있도록 새로운 것도 배우고, 쉽게 빠져나가는 근육도 보존하고 키워야 하고, 생각나면 전화할 수 있는 관계도 유지하고......자신을 잘 돌봐야 한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할 일이 있었지만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저녁으로 오징어와 부추를 넣은 전을 준비했다는 친구의 말에 침이 꿀꺽거렸다. 몇달째, 흰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절제하고 있었는데, 몸이 바삭거리며 고소한 '전의 맛'을 기억하고 흔들린다. 벌떡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때, 다행히도 침흘리던 '전의 맛'은 사라졌다. 그냥 슬기로운 나는 싱싱한 샐러드를 챙겨 먹고 나름의 운동을 챙겼다.

단백질 섭취로 적당한 '오징어'가 '금징어'가 된 요즈음이다. 해수면의 변화도 있고 씨를 말릴 정도로 포획한 결과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생일이면 막걸리 식초를 이용하여 '오징어 도라지 오이 무침'을 새콤달콤하게 해주시던 친정 엄마의 기억과 마른 오징어를 사와 치아가 아플 정도로 질겅거리며 씹던 젊었던 기억이 난다.  

불필요한 욕심을 챙기지 않은 것을 칭찬하며, 대화하고 웃을 수 있는 친구의 전화를 선택한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