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이 가장 두려운 죄
어지간하면 병원엘 잘 가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냄새를 며칠 째 맡지 못한다는 사실은 흔하지 않은 현상으로, 전문 의사님의 진단이 필요로 하는 일이다. 오래된(?) 몸이 자꾸 늙어가고 있다고 신호를 보낸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제거해야 하는 것으로 나름 노력이란 것을 했음에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것은 코안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할 수 없이 '항생제'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모양이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항생제가 없는 시간이었고, 한국에 돌아오자 마자 초미세먼지와 갱년기 시간이 겹치면서 이래저래 병원 갈 일이 많아짐에 따라 '항생제'를 처방 받는 횟수가 차차 늘어나고 있어 불안하다. 아플 땐 병원을 가고, 아픔을 통해서 또 배우고 문제가 되는 행동을 자제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해 가면 되는 것이니 두려움을 너무 크게 가지는 말자며 연약한 자신을 다둑거리고 있는 중이다.
요즈음은 먹거리 가격이 참으로 비싸다. 운동 삼아 동네 마트에 가서 기획특가 50프로 세일가격으로 구입한 전복을 다듬을 때, 바다 비린내를 맡지 않아서인지 좋았지만 파기름으로 구워진 전복구이의 맛을 제대로 누리지는 못한 것 같다. 후각장애로 화재 발생이나 가스 노출 시 위험을 감지할 수 없기도 하고, 상한 음식을 분별하지 못한다고 하니, '항생제'가 별 것인가 싶다.
봄비가 봄꽃 떨어질라 살포시 내리는 토요일이다. 봄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싶었는데 봄비가 내린다. '확신이 가장 두려운 죄이며, 통합과 포용을 방해하는 강력한 적'이란 문장이 와닿는 요즈음의 시국에 봐야 할 영화, '콘클라베'를 보기 좋은 날이 비오는 봄날인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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