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February 04, 2024

헤어질 결심

 연달아 기침 세 번이면? 갑자기 코에 콧물이 고이고...피곤한 모양이다. 불필요한 먼지와 물건들 그리고 쓰레기와 결별하는 일은 개운한 일이기도 하지만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스마트 폰 캘린더에 빈틈 없이 잔글씨들이 들어차 있는 요즈음이다. 출근을 하지 않아도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아직 사방이 어둡고 고요하다. 코를 훌쩍이는 소리와 노트북 키보드 소리 그리고 벽시계 바늘 움직이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함이다. 

중고 거래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판매 중이다. 상식이 통하고 기본이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물건에 대한 사전 지식도 불충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소통하는 것은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다. 시간을 질질끌고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는 사람들은 거래를 하기 위한 준비성도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의 미그적거리는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괜한 트집을 잡고 남을 탓한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얼른 도망가야 한다. 상식이 없고 기본이 없는 사람과 아까운 시간과 감정을 소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겨울이면 동치미를 담그고, 여름이면 오이지를 만들고, 하얀 굵은 소금을 담아 두웠던 항아리를 더 이상 간직할 수 없어 버리게 되었다. '숨을 쉰다'는 항아리를 오래 오래 간직하고 싶었지만 '헤어질 결심'을 한 것이다. 어차피 동치미는 김치 냉장고로 들어가야 하고, 항아리 없어도 오이지 담을 수 있고, 소금을 담았더니 항아리가 힘들어 하고, 장소도 마땅하지 않고......헤어질 이유가 적지 않았다.

'천연 소재'이고 보관에도 매트리스와 달리 접어지는 일종의 '플렉서블'한 두꺼운 요를 드디어 버렸다. 누군가 '요'를 펴고 잠을 자야 할 특별한 경우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없애는 것이 맞다. 황색 봉투를 구입해서 버리면 된다. 이제 '명주 이불'을 버리기 적당한 때를 기다리면 된다. 아직은 못버리겠다. 뭔가 활용을 하면 좋을 것 같은 미련의 붙드는 힘이 아직 세다. 난 지금 헤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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