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November 15, 2017

총각김치

생각할수록 김치 이름이 그렇다.ㅋㅋ 아침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다듬어진 총각무우를 바라보고 김장철이란 인지는 온몸이 피곤하다.  몰라라 두눈을 돌려 집근처에 거의 다 왔는데 거칠게 드러누운 붉은 흙들이 묻은 총각무우 다발을 주름진 여인들이 움켜쥐며 집으로 데리고 간다. 왠지 마음이 불안한 것이 이 느낌적인 느낌은 무엇이단 말인가! 몸은 피곤한데 말이다.

야무진 동치미 무 다발도 나와있고 총각무우들도 달랑달랑 매달려 있는 광경을 무심하게 지나칠 수 없는 주부본능이 아직 살아있다. 누가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때가 되면 김장을 해야하는 것이고 아주 중요한 일 아니던가. 어린시절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12월의 앞마당 수돗가엔 엄마와 이웃집 아줌마들이 함께 모여 김장을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울 친정엄마 김치는 정말 맛있었는데...그땐 땅을 파고 항아리를 묻던 시절 아니던가.

동치미 한사발에 따뜻하게 찐 커다란 고구마를 먹고 잠들었던 겨울밤의 야식이 이제 멀디 먼 전설처럼 아득하지만 때가 되면 그리움으로 일어난다.

총각김치를 특별히 담을 이유는 없지만 때에 맞는 적당한 일처럼 달랑달랑한 무우 몇다발을 구입해 와서 방금 김치를 완성하였다. 물론 다듬어진 총각무우를 구입하지 않았다면 절대 쉽게 도전할 일이 아니다 지금의 연약한 나로서는. 보약타령을 해보지 않고 살았는데 뭔가 좋은 것을 몸속에 넣어줘야 할 것 같은 피곤함이다. 곧 들이닥칠 겨울을 보내고 나면 한살 더 먹는 사실이 그저 숫자만 더하는 것이 아닌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살고있는 동네가 워낙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많이 모여사는 것도 있겠지만 총각무우는 다 왜 주름진 여인들이 사가는 것인가? ㅋㅋㅋ 며느리, 딸 줄려고 담는 어머님들이 많으신 이유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정말 귀찮은 총각무우 다듬기와 번거로운 씻음 그리고 김치통에 집어넣을 때도 얼마나 손이 가는가. 일년에 딱 한번이라고 생각하고 꾹 참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성질에 못이겨 고생좀(?) 했다. ㅋㅋㅋ

김치통에 총각김치를 눕혀놓고 마음이 든든하다.  그려, 담기를 잘했어! 주도적으로 김장철을 즐길 줄 아는 나는 정말 멋쟁이~~~ 뭐라고? 우리나이 정도 되면 맛있는 김치가게 이름만 알고 있으면 된다고?

더 힘없는 시간엔 나도 그리하리라~~~ 난 지금 총각김치가 있는 부자다!!!

https://www.youtube.com/watch?v=MaGl6zd3rHg
Chet Baker, Everything Happens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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