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05, 2017

Magic from the Trees

푸르렀던 여름을 기억하는 가을이 다 떨어지기 전에  뒷산이라도 걷는 것은 흙이 주는 오래된 친근감으로 평안하였지 싶다. 산길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테니스장에서 공이 규칙적으로 튀는 소리에 테니스 쿼트에 눈이 자꾸만 향해졌다. 젊은 사람과 주름진 사람이 공을 부드럽게 주고 받는 랠리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에 아득한 추억이 되살아 나는 것이다.

유학시절 작은 아들의 테니스를 위해 파트너가 되어 학교 테니스장에서 뛰어 다니던 40대의 젊은 나와 어린 아들의 모습이 이리 저리 움직인다. 공을 오랫동안 주고받는 것을 하고 싶었지만 공 컨트롤에 약한 서로가 성질을 못이기고 힘들어 하던 그 가축적으로 사소한 풍경과 여름날에 흘렸던 땀으로 아이스 물통에 얼굴을 박고 물을 들이키던 그 갈증의 순간 등등의 모습이 펼쳐진다.

잔디가 듬성듬성 존재하는(?)  흙그라운드라는 것을 확인하자니 주부와 초보 대환영이란 현수막이 걸려있다. 왜 난 테니스를 하지 않는 것이지? 무서운 자외선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새롭게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는 것이 귀찮은 것은 아닌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파트너가 있어야 할 것이고 이런 저런 생각에 불편할 것들로 주저되는 것이다. 뛰어 다니기엔 너무 주름진 생각이 제일 문제이긴 하다.

공이 튀는 소리를 뒤로 하고 나무 계단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밟으며 초입 부담스러운 경사를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하나씩 오르면 언젠가는 올라가 있을 것이라며 발걸음을 들어 올린다.
아직 산에는 울긋불긋한 고운 단풍잎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떨어진 낙옆에 혹시라도 넘어질까 다리에 온힘을 주어 얌전히 올랐지 싶다.

산에 오르니 하늘에서 나는 소리가 들린다. 비행기 나는 소리와 하늘에서 노는 새 소리 그러나  바람 소리는 없었다. 깨끗하고 아늑한 늦가을의 아침산이다. 진달래가 피어있을 때 오르고 이제야 오다니! 산속길을 따라 걸으니 마음이 평안하다. 푸근한 산길을 걷는 나는  땔감을 하러 산에 갔던 어린시절의 나로 돌아가는 듯하다. 소나무의 갈잎을 갈퀴로 쓸어모아 머리에 이고 가 큰엄마에게 갖다 주었던 국민학교 가기전의 촌스럽고 막 순수했던 모습의 내가 생각이 난다.  소나무 갈잎이  불이 붙어 붉고도 곱게도 타들어가던 그 모습을 지켜보기를 좋아하던 나. 불쏘시개로 재를 탈탈 털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 큰엄마를 졸라 불앞에 앉아 있었던 시골 소녀가 세월이 가도 마음 풍경속에 존재하나 보다.

늦가을 아침 산을 오르는 것은 평안해지는 일에  틀림없다. 산행후 깊은 낮잠을 잤다.

2017 가을 끝을 걷기
Magic in the Moonlight, You do Something to Me
'우디 엘런' 영화는 뭔가가 있다. 심심할 때 맛있게 천천히 먹을 수 있는 영화이다. 사랑은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고 환하게 웃는 미소와 커다란 눈동자로 부터 그냥 마법처럼 걸리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고 바보같은 짓을 하는 것이라는 것 그것도 달빛이 있으면 더욱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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