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ly 02, 2017

비를 맞는 사람들

https://www.youtube.com/watch?v=ot7EYOZEcVM
김건모, 빗속의 여인

잠시 비가 그치자 작은 우산을 챙겨 밤을 걸어 나가 흠뻑 비를 맞는 영화같기도 동화같기도 하는 장면을 잠시 상상을 했었지 싶다. 우산들 일이 별로 없었던 그곳과 우산을 반드시 챙겨야 하는 이곳의 공기는 다르다. 도시의 공기가 탁해서 비를 맞고 싶은 마음을 접은지 오래이다. 며칠 동안 비가 내렸으니 그나마 빗물이 맑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바람타고 들어오는 가는 빗방울을 맞으며 도시의 아파트 숲속에서 사람들이 나처럼 물가로 걸어 나온다.

꽃들이 흔들리고 푸른 갈대들이 쓰러져 있는 물가에 작은 송사리들이 먹이를 사냥하느라 물밖으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전날에 보았던 붉은 잉어와 푸른 잉어를 찾았지만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보호색이라고 하기 어려운 화려한 색을 지녀서 벌써 잡혀간 것일까 하는 걱정으로  어슬렁거리는 뱀들이 생존수영을 배워 어리버리한 잉어들을 먹어치웠을 공포영화의 한장면을 떠올리기도 하였다.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밤을 걷는다.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이 두드득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것을 즐기는 것일까.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굵어질 때면 신발과 어깨가 적셔지는 일이지만 왠지 까마득하게 잊혀진 원시적인 기쁨을 누리는 일 같았다.  지치고 쳐진 어깨를 하며 터벅터벅 걸어오는 유명한 정치인은 자신에게 몰입되어 더 이상 미소로 인사하지 않는 비내리는 물가의 그림이다.  다들 비를 맞는 우산소리를 들으며 힐링을 나처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우산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폭우가 쏟아지는 밤을 걸었다. 온 세상의 물이 말라 버린 상황에서 귀한 물줄기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은총을 입은 듯 그렇게 비내리는 밤을 즐겼나 보다. 김건모의 '빗속의 여인'이 생각이 났다. ㅋㅋㅋ 다른 노래는 없는 것인가?

The 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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