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ne 30, 2012

Digging


바시락 바시락 잔디 꺽이는 소리를 들으며 벌겋게 변하고 있는 난장이 소나무를 구하러 밖을 나갔다. 잔디밭이 타 들어 가고 그리고 꽃들이 피는 것을 정지하고, 푸르러야 할 이파리들이 수분을 다 내어버린 듯한 정원을 몰라라 하며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겨울에도 푸른 소나무과 친구들은 그나마 걱정을 뒤로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지난번 방충약이 독했던 것 같고 그리고 물이 오지 않아 나무도 독한 약과 태양열의 화학작용을 이겨내지 못하고 붉은 색으로 소리를 지르고야 만 것 같다 마음이 좋지 않다.

나의 의지력이 여름날 지는 햇살보다 약한 것 같기에 서둘러 물호수를 들고 가까이 가서 나무를 흔드니 집안에서 바라보았던 증세보다 훨씬 더 중한 병을 앓고 있다. 물을 주었다. 미안한 마음으로 그들을 내 정원에 들여오던 날이 생각났다. 정원 가꾸기에 열심이던 때가 있었다. 용감 무식하게 땅 파고 나무 심고 그렇게 시작한 내 정원의 나무들. 무식하게 삽들고 땅을 파면서 고압 전기가 흐르는 전기 줄 건드려 사고 나지 않았던 것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땐 이곳의 삶을 정말 몰랐던 것 같다. 땅 파고 나무 심으면 되는 줄 알았지. 나무를 심기 전에 전화해서 땅밑에 무쳐 있는 전기선 전화선, 수도관, 하수관, 등등의 것들을 표시해달라고 해야 한다. 반드시! 그것도 공짜란다! 얼마나 위험하면 공짜로 해주겄어!

난 무식하게 그냥 땅 파고 나무 심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때에 따라 멀치도 못해주고 겨우 방충약이나 해주고 했는데 이렇게 벌겋게 타들어가니 주인 잘못 만나 고생한다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급하게 난장이 소나무에게 물을 주고 말라 비틀어져가는 꽃밭에 물을 내렸다. 그 사이에 파리가 문 열고 닫는 틈을 타서 집으로 들어와 소리를 낸다.

이번 여름엔 들깻잎도 먹지 못한다. 특이한 여름을 지나고 있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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