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04, 2012

꽃을 그리다

난 꽃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싶은 그 욕망을 이겨내지 못해(?) 꽃을 그리고 있다. 뮤지엄에 기록될만한 그림은 아닌 것은 잘 알고 있다. 어쩌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는 이 행위가 내게는 더욱 진실된 것일 것이다. 독특한 예술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은 채 뻔한 꽃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인지 왜 난들 불안한 의구심이 들지 않겠는가 말이다.

예술적인 것을 추구한다며 나답지 않은 것을 내것인양 남의 옷을 입고 싶지 않다는 것이 너무 빠른 결론인가 아니면 포기인가?

지금은 꽃을 그릴 때이다.

마침, 나쁜 님이 잔디밭을 깍지 않으니 계란 후라이 같은 야생화가 지천이다. 어린 시절 들판에서 보았던 그 귀여운 야생화! 그 꽃을 보면 항상 계란 후라이를 생각했지싶다.ㅎㅎㅎ 노란색과 흰색이 있으면 계란 후라이, 하이야면 쌀밥! 그땐 왜 그리도 먹을 것에? 먹을 것이 귀하던 어린 시절의 느낌을 이곳에서도 느낀다. 이것은 하늘의 뜻! ㅎㅎㅎ 이슬 먹은 계란후라이(?) 꽃을 꺽어서 스튜디오를 향했던 그 두근거림은 아무나 느껴보는 것은 아니다. 이 나이에 이렇게 가슴 두근 거리는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두시간을 계획했지만, 처음 그려보는 꽃이라 많이 질떡 질퍽거렸다. 질떡 거리는 캔버스와 시름하는 그 순간의 외로움(?)을 어찌 표현해야 하겄는가? 포기할 수 없어, 아니 그냥 물러서버려, 아니 이대로 포기 할 수 없어...선택의 갈림길에서 칠해진 오늘의 그림은 그래도 내일은 다시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길을 만들어 놓았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컴뮤니케이션 드로잉의 파스텔 프로젝트에 맞추어 나도 이주일 프로젝트를 할 생각이며 진행중이다. 꽃그림이면 어떠리, 하다보면 깨달음이 있겄지싶다. 미런스럽게 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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