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ing for...
눈이 내린 금요일 아침이다! 눈삽을 들고 드라이브 웨이를 치우기 위해 귀마개, 모자, 장갑, 그리고 선그라스를 챙겨 하얀 바같으로 나갔더니, 부지런한 이웃들은 이미 거사(?)를 마친 것이다. 눈을 또 언제 치워보겠는가! 한국에서 눈삽들고 눈을 치워본 적이 있던가. 고생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사소한 추억으로 생각되니, 즐거움이 은근히 베어들기도 하였다. 이불속에서 나오길 잘한 것 같다. 역시 벌떡 일어나 밥묵고 뭔가를 하는 것이 밥 안묵고 늘어져 있는 우울함속에 빠져 있는 것 보다 창조적인 일이다.
몸을 움직이고 나니, 스튜디오를 가지 못해 발생되는 불안함과 초조함이 사라지고 하이얀 눈을 즐겨보자는 생각이 기특하게 들었다. 나선김에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귀마개를 해서 그런 것인지 눈 밟히는 소리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 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텐디...과중한 몸무게가 내딛는 발자욱 소리가 이상하게 쉽게 질리지 않았다. 스위스 융팔로우에 있는 만년설의 보는 듯, 한라산 꼭대기에 녹지 않고 있었던 오월의 눈을 보는 것 처럼, 깊은 설악산에 보았던 두꺼운 눈을 보는 듯 그렇게 눈을 밟고 밟았다. 뿌드득 뿌드득...
눈내린 김에 영어로 된 책을 마저 읽을 생각을 하고 있다. 영어로 된 책! 모처럼 책을 읽는 즐거움을 영어로 된 책에서 발견할 수 있으니 무지 기쁘지 아니 할 수 없다. 피카소가 말했다나, 이 세상에 업스트렉은 없다. 언제나 어떤 그 무엇에서 부터 시작하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러네! 내 말이!! 내가 만들어 낸 이미지들이 캠버스에서 내게 말을 하는 것을 난 사랑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품었던 의문들이 책속에서 풀릴 수 있기를 바라는 것 무리일까? 영어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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