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ly 11, 2010

Eating, Sleeping, Watching

그 오래전 국문과를 전공하던 시절에 미대전공생들을 얼마나 부러워 했던가! 그 자유분방함과 멋드러짐의 껍데기만을 보았던 것일까. 이제 그토록 부러워했던 미대 졸업장을 공식적으로 받게 된 지금의 난 미대전공생으로서의 자부심 보다는 미래의 불투명으로 부터 오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오랫동안 내 정체감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국문과 전공이라는 타이틀을 그래도 난 좋아하나 보다. 제대로 소설 한편 시 한수를 창출하지 못했더라도 이십년이 넘도록 나의 부분이 되어 주었던 국문과 졸업장. 덕분에 초등 학생들과 중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고 그 기회를 통해 스스로를 가꿀 수 있었던 행운도 맛보지 않았던가. 그당시 미래의 불투명함으로 주저 되었던, 팍팍한 현실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가지 않았던 미술가의 길을 뒤늦게 달려 이제 미대 졸업장을 받았다. 그림을 그리지 않고 있는 지금의 내 마음은 그 불투명함만 보게 되나보다.

미제 미대 졸업장이 우편으로 왔다. 지금 난 국문학과 페인팅을 전공한 중년 아짐마이다. 대학원을 앞둔 여름 방학동안 수많은 미제 연속극들과 몇권의 미술에 관련된 책을 읽었던 것이 어떤 예술가적 영감을 주지 못했던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하지 말기로 한다. 홀로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 쓰러지는 무기력을 느꼈던 것 너무 자책하지 않기로 한다.

그러나 지금은 출장간 열정을 불러올 때이다. 가슴뛰던 열정이 어디로 간 것인가. 두리번 두리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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