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ly 10, 2009

Tennis

테니스를 알게 된 것은 집안의 오빠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구팔십년 시절 테니스를 연습할 수 있었던 곳은 동네 주위에 있던 중학교 건물의 벽을 이용하는 것이었고, 평평하지 않은 땅바닥에서 튕겨져 나오는 공을 받아쳐야 했던 외롭고도 가난했던 벽치기 연습을 난 기억하고 있다. 단지 공을 가지고 노는 일이 즐거웠을까 아니면 공을 때리며 스트레스를 날릴려는 무의식적인 끌림이 있었을까 아니면 폼잡을라고 그랬을까. 물론 모든 이유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학시절 테니스 클럽의 회원이 되었지만 제대로 테니스를 연습해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테니스 서클에 잘생긴 남학생이 없었던 이유도 날 적극회원이 될 수 없게 한 중요 원인이기도 하였지만, 회원간의 뒷풀이 하며 우정을 쌓을 만한 시간들은 해가 진 밤이 아니던가. 물론 나의 아버진 밤 늦게 들어오는 여대생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난 서클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 하고 싶었던 테니스를 하지 않았다.

신혼시절의 첫아파트 주위엔 테니스 코트가 있었다. 어느날 난 남편 몰래 거금을 주고 테니스 라켓을 구입하여 렛슨이라는 것을 받았다. 한달쯤 하다가 혈액순환이 너무 잘된 탓이었던지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아이가 생겼다. 그래서 라켓을 침대 밑에 감춰두웠다. 그리고 이사하던 날 남편에게 들켰다.ㅎㅎㅎ

그후로 이십년이 흐른 지금 난 작은 아들과 테니스를 한다. 이곳 카본데일에서의 기쁨 중의 하나는 무료로 바닥이 평평하고 밤이면 환하게 불도 켜지는 질좋은 테니스장에서 아들의 테니스 연습 상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들들의 여자친구들이 테니스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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