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ly 09, 2009

Water Melon

한국의 설탕수박 보다는 못하지만 이곳의 수박은 달고 비교적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토요일 오전에 서는 지역 농부들의 '파머스 마켓'에서 수박을 구입해서 먹은 수박이 제일 신선하고 맛있지만 그 수박을 맛볼려면 늦은 여름에나 가능한 일이다.

무더운 날엔 역시 수박! 테니스를 다녀오던 길에 '크로거'에서 수박한통을 한국돈으로 사오천원 주고 샀다. 먹기좋게 수박을 깍뚝썰기 하다가 문득 어린시절 대나무로 만들어진 평상에 온식구가 모여서 둥그런 알루미늄 쟁반에 초생달 모양으로 썰어 놓은 수박을 맛있게 먹던 여름날이 떠올랐다.

다섯 형제 자매가 학생이던 시절이나 되었을 것이다. 군대도 가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아 모두들 함께 살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빠른 스피드로 검은 씨를 탁탁 뱉어내며 먹었던 생존력(?) ㅎㅎㅎ진한 모기향의 냄새도 맡아가며 여름날의 달콤함을 먹었던 일이 아득하기만 하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깊은 우물에 저장되어 있다가 올라왔던 외갓집 수박, 밭에서 바로 가져왔던 시골 큰엄마의 크지 않던 수박, 아이스박스 속의 얼음의 찬기를 머금고 나왔던 수박, 냇가의 흐르는 시원한 물에 담겨져 있었던 수박......

난 아직도 수박을 잘고르지 못한다. 수박 무늬의 패턴이 선명하고, 꼭지가 신선하고, 배꼽이 어느 정도 들어가 있으며 흰빛이 감도는...... 한국에선 상점주인과 잘 의논해가며 맛있는 설탕수박을 먹었던 것에 비하면 이곳 수박은 흰빛도 돌지 않고 배꼽도 대체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고 그리고 꼭지가 제거되어있다. 무엇보다 상담할 수박전문인을 미국의 대형 할인 매장에서 만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칼로 구멍을 내어 속을 볼 수 없는 상황에 누가 수박속을 알겠는가! 두드려는 보지만 수박 마다 제나름의 다른 소리를 내고만다. 어떤 소리가 진정한 수박의 소리라 할 수 있단 말인가! 문제는 비교할 수 있는 수박의 소리를 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귀를 포기하고 눈에 의지하고 만다. 그냥 맘에 드는 것으로 둥글면서 모가 없고 너무 크지 않는 것으로 초록색이 진한 것으로 고를 수 밖에 없었다.

수박은 빨갛고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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