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February 24, 2007

Temptation of the sea

비가 오는 토요일이다. 시원하게 툭 트인 바닷가에 비가 내리는 장면을 상상하며 잠시 잠들었다 일어났다. 무겁게 내려앉은 토요일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 프린트 메이킹 수업 시간에 쓸 스케치를 대충 마무리하고 컴앞으로 올라왔다.

부산 해운대 바닷가가 몹시도 그리운 날이다. 해운대에서 대전으로 이사를 간 뒤 한달에 한번은 핑계거리 만들어 바다 구경을 하곤 했는데, 이곳 카본데일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파도치는 바다를 못보는 것이다.

어젯밤 간만에 프린트 메이킹 수업시간에 만든 목판화를 블러그에 올리려고 했는데, 얼마나 바삐 살았는지 사진기를 찾는데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말았다. 한달이 넘은 지금에 보여 줄 작품하나 그럴싸하게 만들지 못한 것은 날 좌절시키는 일 중의 하나이다.

십오분 남짓한 시간을 바삐 걸어 도착하는 프린트 메이킹 수업은 마음의 평정을 갖기가 힘들었다. 고학년의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수업 분위기는 나보다 한수위라는 것을 실감하게 만들어 한편으론 날 초라하게도 만들기도 하고 도전하게도 만들기도 하고 그렇다.

생뚱맞은 목판화의 경험은 익숙하기전에 끝나 버렸다. 신학기와 이사기간이 겹친 나로서는 형편없는 작품을 내놓았다. 거기에 영어 장애자인 나로서는 몇중고를 겪었다. 점심 시간도 없이 나무판을 빡빡 밀어될 때면 허리가 휘고 다리가 후들 거렸다. 그래도 그동안 다져진 근육의 힘이 없었다면 어찌 그 시간을 지낼 수 있었던가.

수업을 드롭할 것까지도 생각을 하였지만, 다행히 잘 극복을 하였다. 자랑할 만한 작품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와중에도 어떤 이미지를 잡고, 그리고 신속하게 작품을 만들어 듀데이까지 완성해서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뜻깊은 작품이기도 하다.

햇살 가득한 바닷가이지만 그것은 비가 내리는 바닷가이기도 하고, 행복해 보이는 아름다운 이미지기도 하지만 한없이 슬픈 내 마음의 우울이 숨어 있는 이미지기도 하다. 어쨌든, 이 작품은 날 다시 일어나게 하였다. 카메라가 어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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