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저것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집으로 바삐 돌아오는 길의 마지막 횡단보도에서 파란불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서 있자면 새콤달콤한 과일이 올려져있는 가게가 보인다. 나온 김에 아오리 푸른 사과와 복숭아를 구입해서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현명할 것 같아 들렸더니 과일값이 장난이 아니다.
문을 닫았던 '홈플러스'가 다시 개점을 하여 모든 식자료가 그곳으로 흡수되어서, 동네 장사하는 사람들이 물량을 제대로 구할 수 없고 과일값이 비싸졌다는 설명이다. 아무래도 큰 자금으로 물량을 흡수해버리는 사태에, 적은 돈으로 좋은 물건을 구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으리란 상황이 상상이 되었고 그 비싼 가격이 납득이 되었기도 하였다.
비싼만큼 맛이 있었냐고? 불행히도 이맛저맛도 아닌 맛이었다. 하긴, 지금 여기의 나는 맛없는 과일이 건강 측면에서는 더 나을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아니다. 주인장이 직접 손글씨로 '완전 달콤 딱딱이'라고 종이 팻말을 붙여놓지 않았던가! 신뢰를 저버리는 사기이다!
저녁 산책삼아 동네공원을 가다가 다른 과일집 매대에 올려져있는 보암직스런 과일들을 보았다. 같은 가격에 멀쩡하게 납득이 되는 갯수가 올려져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지 싶다. 상품의 질에 따라 물론 다른 것이기도 하겠지만서도. 이맛도 저맛도 아니었던 복숭아를 비싸게 팔고있는 무능력한(?) 과일집 사장님에 대한 분노(?)가 입안에서 돌아 산책길에 내뱉어졌다.
앗, 내 잘못이다. 지난번 맛없는 아보카도도 무책임하게 팔지 않았던가. 기억력이 딸려서, 게을러서 그 문제의 가게에 들려 과일을 구입한 내 잘못이다. 그래도 망하지 않고 문을 열고 있는 것을 보면 기억력이 딸린 나같은 사람들이 자주 물건을 팔아준 탓인지도 모른다.
온라인에서 채소와 과일을 직접 보지 않고 구입하는 것이 불편해서 그나마 동네에서 두 눈으로 보고 향기를 맡으며 직접 구입을 한다고 했는데도 생기는 일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과일을 비싸게 집으로 데려온 날이 가끔 내게도 있다. 사장님의 말을 믿고 싶을 때가 있다, 설마 동네장사 하는 분이 그럴 리 있겠어~~~ 참으로 돈 만원이 우스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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