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집이 어디니?
한 여름이 되기도 전에 벌써 30도가 웃도는 넘는 요즈음이다. 다행히 아직 습도가 그리 높지 않고 바람도 조금 불어서 다행이지만 부담스러운 초여름이다. 침대에 누워 미그적거리는 시간을 갖지않고 다른 날보다 훨씬 빨리 일어났다. 그동안 미루어 놓았던 일들을 하기 적당한 때가 바로 오늘 아침이었던 것이다. 맨날 미루었던 잘잘한 일로 바지 허리를 줄이고, 헐렁거리며 처지는 니트 단추 구멍을 메꾸고, 단추를 다시 달고...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였더니 아침이 길고 알차다.
이제 화요일이니까 이웃 아파트 알뜰 장에 가서 신선한 먹거리를 구입해 올 것이다. 미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꽈리고추를 구해와 잔멸치를 넣은 잔멸치 꽈리고추 볶음을 할 것이고, 향기 푸릇한 싱싱한 오이를 데리고 올 것이고, 냉장고에서 놀고 있는 제주도 무우를 넣고 함께 조릴 코다리를 사와서 코다리 찜을 할 계획이이다. 그리고 몸엔 좋지 않지만, 알뜰장에서 막 튀겨낸 바삭거리는 '오징어 튀김'을 사들고 들어와 초간장에 찍어 먹는 호사를 누릴 것 같다. (정신건강을 위해서 이 정도는 허하는 것으로^^)
어제는 '넷플릭스'에서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Remarkably Bright Creatures)'을 보았는데 잔잔하고 따뜻한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바다를 떠나 아쿠아리움의 좁은 수족관에 갇혀 사는 영리하고 슬기로운 나이든 문어, 마셀러스와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과 연이어 아들까지 사고사로 잃은 고통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족관 청소부, 토바 그리고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엄마와 아빠의 부재 속에 자란 젊은 청년, 캐머런이 서로의 상처를 보둠아주면서 각자의 '집'을 찾게 되는 따뜻한 영화이다.
수족관에 갖혀사는 문어,'마셀러스'는 바다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꿈을 꾸고 있는 중이다. 수족관 유리를 청소하는 나이든 청소부 할머니,'토바' 역시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으로 가득찬 수조에 갇혀 살고 있긴 마찬가지다. 남편이 일찍 죽고 아들마저 해상사고로 잃게되면서 온갓 소문과 자책감에 시달디며 삶을 견디고 살고 있는 중이다. 토바는 수족관을 청소로 몰입하며 자신의 고독한 삶을 지탱하고 살고 있다. 아버지가 물려준 멋지고 근사한 통나무 집은 가족과의 추억으로 가득한 집을 떠나지 않고 살고 싶지만 그 집에서 홀로 늙어가는 자신을 지킬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식이 아직 명료할 때 양로원으로 가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집을 떠날 시간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한편, 자식에게 부모는 언제나 돌아갈 고향과 같은데, 엄마는 일찍 죽고 아버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캐머린'은 죽은 엄마의 서랍장에서 발견한 반지 하나를 가지고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 낯선 마을에 나타나면서 마셀로스, 토바, 캐머린의 서로의 관계가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영화는 담백하고 따뜻하게 보여주고 있다. '희망'과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이 보기에 아름다웠지 싶다. 따뜻한 영화,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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