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전과 무생채
'영국' 슈퍼마켓에서 무인 '키오스크'를 없애고 '사람'을 고용했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다. 영국 정부에는 우리 나라에 없는 국민들의 고독과 외로움을 돌보는 '외로움부'가 있다고 한다. 인건비를 아끼자며 '키오스크'로 디지털 자동화를 하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을 거스리는 영국 정부는 대단하다 싶다. 혼자 지내는 사람들이 슈퍼에서 식료품을 구입하면서 그나마 슈퍼의 사람 직원과 몇 마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내용이다.
슈퍼에 가서 물건을 구입시, 점원은 삐삐삐 바 코드를 인식 시키고 '여기에 카드 꽂으세요.' '영수증 여기 있습니다.'란 두 문장만 사용하는 것 같은데...'외로움'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이지? 도와주는 사람이 없이 셀프로 물건에 붙은 바 코드를 인식 시키고 값을 계산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물론 그 불편함은 익숙하지 않은 이유가 크겠지만, 셀프로 한다고 해서 물건 값을 할인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못마땅 하기도 하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 온라인에서 물품과 식품을 구매하는 신속 편리함에 익숙해진 탓으로 동네 슈퍼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긴 하였다. '사람'을 대면하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 것 같다. 집 밖으로 걸어 나가 몸도 움직이고 사람 구경도 하고 그래야 되는데...'스마트 폰'을 꺼내어 쉽게 주문 들어 간다.
이웃 나라 '일본'은 학생들을 위한 학군 보다는 노인을 위한 '노인 복지관'이 있는 지역이 비싼 동네라고 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는 모양이다. 노인 복지관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취미 활동도 하고,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함께 나눌 친구들도 만나는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건강'이 뒷받침 되어야 모두 가능한 일이다. 노인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영양 만점의 바른 식사를 하고 운동도 함께 하고, 복지관과 연계되어 있는 병원에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그런 노인 복지 사회는 이루어져야 하는데 어찌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각자도생! 무섭고 외로운 말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웃 아파트에서 열리는 '장'에 발품을 팔아 들렀다. 맛난 '족발' 침을 삼키며 통과하고, 기름진 '돈가스' 통과하고, 주인이 집접 말렸다는 꼬득꼬득하게 말린 생선 '서대'를 사고, 통통한 '굴'을 구입하였다. 김장철이라 굴값이 금값이었다. 대만 여행때 먹었던 녹말 가루로 부친 부드럽고 미끌거리던 '굴전'이 생각이 났드란다. 굴을 소금 물에 씻어 '부침 가루'를 묻히고 달걀물에 청양 고추를 송송 썰어 굴전을 급하게 만들었다. 기름 냄새가 집안 가득이다. '청수무'를 가늘게 썰어 무생채를 만들고 나니 습관처럼 차오르는 '우울감'이 사라지는 듯 하다. 역시 몸을 움직여야 하고, 위장이 든든해지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술한잔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이만하면 족하다!
누군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좀처럼 쉽게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쉽게 행복한 기분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열심히 뭔가 도전하고 성취해야만 그 대단한 행복감이 느껴질 것 같은 그런 생각 말이야. 그 행복한 기분은 굴전 한 접시에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매 순간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때때로 행복을 거창하게 멀리서 찾곤한다.
그려, 행복은 셀프다. 일단 오늘만 살 것처럼 행복하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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