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20, 2018

The Spring Snow Rain

봄눈비가 사선으로 소리없이 내린다. 봄눈비가 꽃을 시샘하여 내린다고 한다니 이른 봄에 얼굴내민 노란 산수유꽃이 질려블겄다 싶다.  늘 그랬던 것처럼 오랜시간 견뎌낸 유전자의 힘으로 이 봄눈 이겨내고 더욱 노란 꽃을 들어올릴 것이다. 을씨년스런 봄눈비가 내린다고 하여 화창한 봄날이 오지 않는 것 아니잖는가.

아침물가에 가지 않은 날들이라 손이 떨리고 불안한 하루를 보낼 것 같았는데 생각외로 차분하고 알차고 우아한(?) 시간들을 잘 꾸리고 있는 듯하여 알찬 기쁨을 맛보고 있는 중이다. 덩치큰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을 산더미 같이 짐스런 해야할 일들에게 적용을 했다. 먼저 냉장고 문을 열어 코끼리를 집어넣고 냉장고 문을 닫으면 되는 것이다. 코끼리를 절단을 해서 냉장고에 넣는 것이 아니라 ㅋㅋㅋ

울 아부지가 기른 붉고도 푸른 갓을  '노지 갓'이라고 명한다는 것을 동네슈퍼에서 알게 되었다. 일단 갓을 씻어 천일염에 절이고 그리고 시간을 집어넣고 기둘리면서 알맞는 양념을 만들고 그리고 버무리면 되는 것이다. 간단해 보이는 일이지만 사실 그리 만만하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쪼그리고 앉아 채소를 씻지 않아도 되는 베란다 씽크대에 일단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ㅋㅋ 샘에 가서 물을 길러오지 않아도 된다는 아주 옛날스런 원시적인 일을 생각하며 수도꼭지에서 펑펑 쏟아지는 물이 고맙다. 물이 있어서 씻을 수가 있다는 생각까지 ㅋㅋ

몇년 묵은 천일염으로 거센 가지부분에 집중적으로 간을 하고 보드라운 이파리 부분은 넘 절여지지 않게 신경을 쓰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절여지는 시간에 육수에 찹쌀풀을 쓰고 온갖 양념을 준비하고 울 아부가 만든 고추가루를 섞어 빨간  김치옷을 만드는 것이다. 다시 절여진 갓을 씻어 물을 빼고, 준비해 놓은 김치통에  빠알간 옷을 입은 김치를 얌전히 집어 넣으면 되는 것이다.

봄눈이 내리는 날엔 김치담기에 적당하다~~ 내친김에 남겨놓은 갓들을 소금에 절이고 어제보다 더 맛난 김치를 담굴 꿈을 먹는다.

블러그에 인사를 남기고난 후 마늘을 깔 것이다. 작년에 수확한 마지막 마늘로 싱싱하게 김치에 투여될 것이다. 돌아가신 엄마의 갓김치가 그리울 남동생에게 선물로 갑자기 보내본다~ 누나가 뭔일이당가 김치를 다 보내고 ㅋㅋㅋ 남동생이 받고 깜짝놀라 쏟아낼 가족적인 멘트를 생각하니 웃음이 저절로 새어나온다. 부디 나의 남자가 넘 많아서 보냈다고 이실직고 하지 않아야 할텐디...

봄눈이 내린다~~~
우아하게 김치담기 좋은 날이다 그려~~~
우아함이란 무엇이지? 나답게 나다운 김치를 맛있게 최선을 다해 담는 것이 우아함이 아닐까한다. 시간을 품은 푸른 채소를 적절한 때를 맞춰 절이고, 적당한 양념을 만들고, 그리고 종합적으로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갓김치를 담는 그 과정을 즐기는 난 우아한 여자이다. 봄눈이 내리는 날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떠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알찬 일이라고 셀프다짐을 하면서 난 마늘 까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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