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19, 2018

The Old House in Spring

주름진 아버지를 뵈러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산수유 꽃이 더 노랗게 물들고, 눈같은 매화꽃이 피어있고, 동백꽃이 떨어지고, 수선화가 노랗게 피어나고 있었다.

오래된 시간이 끝으로 향하고 있는 길을 걷는 것은 무엇보다 외로움을 견디는 일일 것이다. 쉽게 오지 않는 숙면의 밤을 위하여 청하는 소주에 밤을 맡기는 노년의 밤도  봄날이라서 떠나보낸 님을 그리워 눈물 짓는다.

집앞에 노오란 수선화가 봄바람에 고개를 숙이며 수줍게 흔들거린다. 미국에 두고온 일백송이  나의 수선화 생각이 났다. 봄이면 동네에서 제일 먼저 얼은 땅을 뚫고 나와 노란 꽃을 들어 올렸던 나의 수선화! 그곳 봄방학 시간이니 나의 수선화들은 노란 꽃을 사라지고 잔디를 깍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을 것이라며 그리움이 동그라미를 크게 울린다.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낸 남쪽의 나무와 꽃들은 당황했지 싶다. 동백이 추운 날씨에 제대로 피워 보지도 못하고 다른 봄꽃들에게 밀려버린 느낌이다. 청매화나무에 꽃들이 눈처럼 매달려 있는 풍경은 따뜻하고 아름답다.

기다랗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나의 아버지는 텃밭을 가꾸신다. 여기저기 온전한 몸은 아니지만 손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이고 해서 때에 맞는 작물을 심어 농산물을 수확하시고 자식들을 기다리신다. 추운 겨울 땅에도 바닷바람과 남쪽 햇살로 인해 시금치와 갓 그리고 쪽파를 성공적으로 재배를 하신 울 아버지 가져갈 자식들의 유기농적인(?)기쁨을 생각하셨다고 한다.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싶었는데 갱년기에 들어선 젊지 않은 딸은 적지 않은 농산물이 때로는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호강에 초를 쳐서 ㅋㅋㅋ) 귀한 아버지의 농산물을 가져다가 좋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마음은 좌절의 맛(?)을 보았다. 도시의 여인들은 김치를 담을 필요도 없고 다들 나름 바쁘시다! 나의 아부지가 기르신 농산물을 어찌하여 필요도 하지않고 원하지도 않는 도시 아짐들에게 내밀고 있단 말인가! 나에게는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타인들에겐 계획에도 없는 귀찮은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김치를 담궈먹지 않은 집안이 많다더니 다들 필요가 없으시단 것이다.

어디 김치 담을 사람 없수?

관리실 방송을 통해 필요로 한 사람을 찾아 낼 수도 없고...

어젠 파김치와 배추김치를 담궜고 오늘은 갓김치를 담을 화요일이다. 울 아버지 생각을 하며 맛나게 정성을 다해 김치를 담을 것이다. 난 김치도 잘 담어요~~~ (사실 무지 피곤하고 귀찮긴 하다 ㅋㅋ 울 아부지가 심은 것만 아니어도 그냥....) 그래서 울아버지 채소를 거절한 언니 아짐들을 용서한다.ㅋㅋ

오늘 하루도 외로워서 눈물짓는 일이 없도록 울 아버지를 남쪽 푸른 채소들에게 부탁한다. 울 아버지를 적당하게 움직이게 하시고, 무리한 욕심 일어나지 않게 하시고, 석잔 이상 소주를 마시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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