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25, 2017

like Happiness

베란다 창문을 열고 왔다갔다 하다가 코끝으로 아버지 냄새가 들어온다.  그늘진 베란다에 있는 빨래걸이에 친정 아버지가 말리신 시래기를 걸어두었더니 자꾸만 주름진 미소가 떠오른다.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들어온 해에 친정엄마가 돌아가셨으니 친정 아버지와 난 상당한 변화가 있는 시간을 꾸리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보낸 노년의 시간은 고독하며 내려놓을 수 밖에 없으며 긴 기다림으로 채워질 것이다. 나 또한 꿈을 더이상 꾸지 않는 빈들에 들어선 허무한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울 아버진 집앞 텃밭에 정신을 집중하고, 난 물가에 가서 부정적인(?) 생각들을 떨쳐내고 새로운 즐거움을 열열이 찾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울 아버지는 집앞 텃밭에 도시에 사는 자식들을 생각해서 농사(?)를 짓는다. 마늘, 고추, 팥, 녹두, 갓, 시금치, 상추, 양파, 고구마...등등의 농작물을 심는다. 올핸 텅빈 늦가을 땅이 아까웠던지 배추를 심으셨다. 그리하여 성탄절을 맞이하여 아버지께서 심으신 배추를 뽑아 제2차 김장김치를 담아야 하는 과업이 생긴 것이다.

올해 농작물 값, 특히 배추 무우 값이 싸서 생색이 안나신 눈치시다. ㅋㅋ 배추를 심어 놓으면 자식들이 몰려와서 함께 김장을 담는 화목한 풍경을 품고 심으셨겠지만 현실은 차분했지(?) 싶다.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가 심으신 배추를 방치한다는 것은 불효라 생각되어 성탄절을 맞이하여 겸사겸사 김장을 두번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아들들이 좋아하는 배추 김치가 그득하니 배가 부르고 행복하다~~~


전생의 모습
                       이윤학

작년에 자란 갈대
새로 자란 갈대에 끼여 있다

작년에 자란 갈대
껍질이 벗기고
꺽일 때까지
삭을 때까지
새로 자라는 갈대

전생의 기억이 떠오를 때까지
곁에 있어주는 전생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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