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03, 2017

Morning Again

다시 아침
                                    -도종환

내게서 나간 소리가 나도 모르게 커진 날은
돌아와 빗자루로 방을 쓴다
떨어져 나가고 흩어진 것들을 천천히 쓰레받기에 담는다
요란한 행사장에서 명함을 잔뜩 받아온 날은
설거지를 하고 쌀을 씻어 밥을 안친다
찬물에 차르륵 차르륵 씻겨나가는 뽀얀 소리를 듣는다
앞차를 쫓아가듯 하루를 보내고 온 날은
초록에 물을 준다
꽃잎이 자라는 속도를 한참씩 바라본다
다투고 대립하고 각을 세웠던 날은
건조대에 널린 빨래와 양말을 갠다
수건과 내복을 판판하게 접으며 음악을 듣는다
가느다란 선율이 링거액처럼 몸속으로
방울방울 떨어져 내리는 걸 느끼며 눈을 감는다



지난 밤 모처럼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밤물가를 걸었나보다. 물흐르는 소리와 도시의 소리가 달려가는 소리 그리고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리로 충분하였기에 음악이 없어도 걷기엔 충분하였지 싶다.

익숙한 멜로디가 귀로 들어와 가슴을 뛰게 한다. 그 시절 그 장소가 떠오르는 음악들이 있다.

이른 아침을 챙겨 아들들을 라이드하고 스튜디오로 오가며 들었던 음악이라는 아득한 나의 모습과 여기 지금  도시 하늘 위에 멀리 떠있는 달과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별들 아래 걷고 있는 나는 갑작스런 순간이동을 한 듯하다.

4년이란 시간이 채워지고 있음에도 자꾸만 과거의 나로 돌아가고 있음이 어리석지만 밤을 걷는 마음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러다 정말 돌로 변하는 것 아닌가 싶다.

나답고 그래서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음악 중의 한곡을 못난 오늘의 나에게 선물로 주면서 신성한 하루를 시작해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a_426RiwST8
The Black Keys, Lonely 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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