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ly 23, 2017

Moon Stone

'마른 장마'가 되었다고 작년 여름 그렇게 비를 그리워 해보기도 했는데 폭우성 장마가 내려 여기저기서 피해가 적지 않다. 집앞 냇가는 넓이와 깊이를 더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흐르고 있다. 오리들이 급한 물살을 타다 방향을 잃다가 넘어진 수풀더미로 몸을 피신 시키는 광경을 보면서 하얀 두루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어디갔지? 설마? 작은 물고기들에겐 급물살이 재앙일까? 작은 송사리들은 어디로 갔을까? 누런 황토물에 물속 그림을 볼 수 없다. 수풀밑에 숨어있을까?

네모난 아파트 숲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여름밤이다. 후덥지근하게 집안에 퍼질러 있기보다는 차라리 물소리가 나는 천변을 걷는 것이 더 나을듯 싶어 작은 우산들을 챙겨 집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천변풀깍기를 하면서 그동안 즐거움으로 피어있던 꽃들까지 처리하신 험악한(?) 현실을 보면서 그냥 그냥 받아들인다. 천변정리를 신속한  속도전으로 하다보니 꽃을 배려한 정리를 할 수 없어 몰살(?)시킨 풍경이다. ㅠㅠ

꽃들도 함께 떠난 천변은 허전하다. 한동안 가을 꽃을 길게 기다려야 하나보다.

물이 조금만 불어나도 침수되는 천변로에 도달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길을 걷다 물이 차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것을 기억하고 가던 길을 포기할려고 할 때 두 눈에 들어온 다른 길! 돌멩이 몇개 내려놨을 뿐이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아니한 것은 아니었지만 미처 서둘러 행동하지 않았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돌들을 옮겨 징검돌들을 만들어 발이 젖지 않게 해 놓은 것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아름답고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의 남자와 돌멩이 골라 그 돌징검다리에 각자 하나씩 얹어 놓고 오는 것은 여름밤의 기쁨이었다. 오늘밤에 하나 더 얹어 튼튼한 다리를 만들기로 약속하며 무더운 여름을 걷기 위해 더해진  돌멩이 하나는 소중하고 귀한 경험이지 않았나 싶다.

Moon 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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