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ly 26, 2012

김치와 라면

모처럼 '보쌈'을 할 제육거리를 발견해, 더운 날 고생하는 에어콘 무색하게 수증기 올리며 삶고 있자니 야들야들한 고기를 싸먹을 야채가 마땅하지 않네그려. 결심을 하고 국제 마켙에 들려서 배추와 시들해진 무우를 보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냥 공장에서 만든 김치병을 들고 들어와 고기를 몇점 먹었더니, 이제는 고기가 땡기지 않는다. 할 수 없이 큰 아드님이 시카고에서 엄마를 위해 사온 고급라면이라고 불리며 이곳 작은 도시에선 구할 수 없는 낯선 이름의 짬뽕 라면을 김치에 먹고 컴앞에 앉았다.

이곳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었을 때, 유익한 음식을 내몸에 밀어 넣곤 했었던 아련한 몸부림이 생각난다. 어쩌다가 이렇게 한국음식에 대한 찌든 그리움으로 맨날 김치먹고 라면을 먹고 사는 것이 더 노후한 나의 미래에 불안을 드리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돈 들고 나가 먹을 것이 없는 곳에 내가 살고 있다는 생각에 비참한 마음까지 치밀어...ㅎㅎㅎ

음식이 내 몸을 형성하는 것이라면, 난 김치라면! ㅎㅎ

친정 엄마의 동치미, 붉은 갓김치, 파김치, 부추김치, ㅎㅎㅎ맨날 김치 생각이구먼. 치아가 견디지 못하겠지만 꽃게장, 각종 나물들...울엄마 토란나물 정말 맛있는디 고구마 어린순 고추장 된장 식초 무침, 으씨 물오이 무침...생각하면 할 수록 욕구불만이 치솟는다.

스튜디오에 앉아서 오전 영어 독서를 하였나 보다. 만약에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면, 꼬불꼬불한 영어를 먹고 김치라면 먹고 그렇다면 난  오늘 알송달송 꼬불꼬불 김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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