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04, 2010

Saturday

아, 벌써 토요일이고나! 언제 뜨거웠던가 싶게 찬바람이 푸른 나무들과 함께 흔들거린다. 몇번의 비로 잔디밭이 푸른 빛으로 돌아온 것은 좋지만 잔디가 빨리 자라 바쁜 마음을 어지럽힌다. 습지고 각진 부분에 높이 솟은 것이 딱했는지 이웃집 미제 아저씨가 야무지게 깍아놓아 옆을 지날 때마다 그분의 친절하고 아름다운 마음씨가 떠올라 아직은 세상이 살만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빨리 잔디이발을 해주어 오가는 이웃의 마음을 찡그리게 해서는 안될 것 같아 마음이 분주하다. 친절은 위대하다!

지난밤 괜시리 밤중에 붓을 들어 작품하나를 엉망으로 만들고 쉽게 잠들 수 없었다. 세시간 동안 해결될 일도 아니었는데, 못참고 붓을 들고 덤빈 것이 실수였다. 실수를 통해 깨우친 것은 절대 피곤할 때 붓을 들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피곤하지 않았다. 언제는 피곤하지 않던가!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용감하게 덤볐는데, 결국은 찢어 버리고 싶은 마음 꾹 참고 아침의 신선한 관점을 위로삼아 잠을 청했는데 그야말로 열이 받쳐 잠을 잘 수 없었다. 그 절망을 어찌 표현 할 수 있으리요. 지난학기 삼주가 넘게 그려놓은 작품을 더 잘해 보겄다고 한 것이, 그만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그림으로, 아무런 희망없는 그림으로 구석지고 왜진 곳에 쑤셔 놓아질 것이다.

지난밤의 쓰라린 상처로 붓을 들기가 뭐해 이곳 주말 시장에 가서 맛있는 것들을 사오면서 이쁜 꽃다발도 사왔다. 고생한 나를 위한 일종의 위로적인 행동이라고 해야할까. 꽃그림을 한작품 해놓는 것도 선물용으로 좋으련만 넘어졌던 마음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토요일이다! 언제쯤 토요일이라고 푹 놀 수 있을까.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