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December 28, 2006

Night of Carbondale

무지막지 심심해서 '나이트 오브 뮤지엄'이란 영화를 혼자 보러갔다. 그나마 나의 영화 메이트인 우빈이가 이 영화를 다른 사람들과 봐버려서 동행없이 홀로 앉아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어색스럽고 거시기했다.

늘어나는 뱃살을 생각하면, 영화보다는 뒷뜰을 걷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말이다. 컴퓨터 그래픽을 위한 기초공부를 해야하는데 하면서 벌써 이주일이 지나버렸다. 한해를 부지런히 살았건만, 내 스스로의 약속을 못지켜서 오는 불안감에 자꾸 음식을 먹고 달래는 한심한 지경에 이르다못해 냉장고가 없는 곳으로 탈출을 했다.

이곳 극장가 흥행 일위이기도 하고, 영어가 많이 나오질 않을 것 같아 '나이트 오브 뮤지엄'이라 영화를 보기로 강행을 했건만, 한마디로 난 재미없게 보았다. 내 취향이 아니었다. 뮤지엄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보여주면 좋을 것 같은 영화였다. 이곳 사람들의 유머감각을 이해하면 영어의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이라는 말을 기억한다. 정말 난 하나도 웃기지 않는데 등치 큰 이곳 사람들은 낄낄대고 웃는다. 난 영어 못한다. 으윽! 난 그들이 웃음소리를 들으며 잠시나마 덩달아 행복해 보았다. 늘 미소지으며 인사하는 이곳 사람들이 난 좋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란 말을 자주 하는 그들이 난 좋다.

단순하고 순수한 기질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와서, 난 야참을 먹었다. 돈 버린 것 같아서...ㅎㅎㅎ 아무래도 난 영어를 배우려는 의지결여증에 걸린 것 같다. 집중이 안되고...제대로 들렸으면 재밌었을텐데...

뒷마당의 나무들이 별들과 함게 밤을 지새우고 있는 광경을 언젠가 그리워하게 되겠지싶다. 오늘밤엔 옷을 잘챙겨입고 뒷뜰을 걸어야겠다. 산장에 놀어와 잠시 산책을 나온 사람처럼 나무가지가 흔들리는 소리와 내 발자국 소리와 그리고 풀잎들이 눕는 소리를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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