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든든한 너
새로운 즐거움 하나를 이제서야 알게되었다. 따뜻하고 말랑거리며 든든한 땅을 맨발로 한참이나 걸을 수 있었던 시간은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큰 맘 먹고 구입해서 겨우 두 번 사용한 텐트와 접이형 간이 의자, 그리고 돗자리도 생각이 났다. 게다가 5월이지만 여름날이고 벌써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 순 없지 않는가. 장마가 시작하는 급급한 6월이 오기 전에 밖으로 나가 5월의 날들을 즐기고 볼 일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한 바닷가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있었다. 바다가 저 멀리 물러가 있어서 바닷가에 모인 행복한 사람들의 소리만 난다. 물이 빠진 거무죽죽한 갯벌에 사람들이 옹기 종기 흩어져 각자가 부지런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다의 물결이 물러나고 드러낸 속살을 긁고 긁어 바다가 키워내는 것들을 캐내며 함께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른 점심으로 흡입한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기꺼이 갯벌을 걸어야 했다. 그런데 이것이 무엇인가. 전혀 축축하고 질떡거리지 않는 바다의 땅 아닌가. 따뜻하고 부드럽게 든든한 갯벌은 빨래판 같은 물결의 흔적을 지니고 있었다. 이른 점심으로 먹은 음식을 소화기키기 참으로 적당하다. 여름같은 오월의 햇살이 데운 탓일까, 따뜻하고 적당히 촉촉한 땅을 맨발로 걷고 있자니 '행복하다'라는 인정하기 어려운 단어가 저절로 새어 나오고 만다.
동해안 푸른 바다는 바라보기 좋지만 바다가 속살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서해안 바다는 찬란하진 않지만 기꺼이 속살을 허락한다는 것이다. 엎드려 진회색 갯벌을 긁고 긁어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뭐가 나오긴 할까 살짝 의심했다, 조개가 제법 들어있는 그물 망태기를 보기 전까진. 바다가 그렇게 많이 육지로부터 밀려나는 것을 몰랐다. 한참이나 드넓은 갯벌을 걸었다. 그리고 물이 급하게 차오르게 있다는 방송이 멀리서 들려왔다. 물이 다시 들어오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텐트가 있는 육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천천히 천천히 속살을 덟어버리는 바다~~~
이제 작고 귀여운 텐트에 들어가 드러누워 잠이 오면 잠을 자고 책을 읽으면 되는 것이다. 텐트 주변의 대부분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어린 부모들의 잔소리들이 신경이 쓰였지만 어쩌겄는가. 시간이 지나자 바다가 가까이에 도착해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철썩철썩이 아니고 무지막지한 무거운 물의 소리.
맛집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와 아름다운 석양을 마중나가기로 했다. 하늘이 붉게 물드는 시간의 바다는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이 내려앉은 탓인지 빨리 걸으며 자체발열을 하고 싶을 정도로 갯벌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하지만 붉게 물드는 석양을 보면서 든든한 바다의 땅을 걷는 기쁨을 계속 맛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고 말았다.
태양이 어둠 속으로 떨어지고, 수레 끄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갯벌로 내려왔다. 가슴 장화를 신고 해드 랜턴을 끼고서 습득물을 담을 카트를 끌고 오는 소리에 저절로 쳐다보게 되었다. 야간 해루질을 하는 사람들이다. 주로 밤에 얕은 바다나 갯벌에서 맨손이나 간단한 도구로 조개나 굴 등 어패류를 잡는 것을 해루질이라고 한다고 한다. 갯벌에 엎드려 조개를 캘 정도의 튼튼한 허리가 아닌 사실을 인정하기로 한다. 젊은 시간에 누렸어야 할 즐거움으로 여겨버린다. (그렇지만 부럽다~~~)
지금 여기의 난, 따뜻하고 든든한 너를 맨발로 걸었던 것으로 충분히 충분히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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