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5월의 어느 여름 날
문득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가 참 살기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해가 붉게 물드는 드넓은 하늘을 위로 하고, 붉은 흙 운동장에서 슬로우 조깅을 하는 즐거움은 예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뜻밖의 선물같은 것이기도 하다. 동네 구청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한 흔적은 공원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다. 길바닥에 깔아놓은 매트가 너덜너덜거릴 때까지 교체를 못하고, 스타일이 다른 벤치들이 생각없이 배치되어 있고, 울긋불긋한 꽃들이 심어질 자리에 잡초만 무성한 터들이 있는......관리의 손길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 나름 소박한 맛이 있는 공원임에도 이상하게 감사하기까지 하다. ㅋ 이제 비교하며 울퉁불퉁했던 불만이 수그러들고, 점차 너덜거리는 길도 적응이 되어 그런대로 편안하기까지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우리 동네엔 가성비 좋으면서 품질도 좋은 양말을 파는 노점상이 목요일이면 좌판을 연다. 동네에서 가장 큰 마켓 근처 길목에 좌판을 열고 각종 다양한 양말을 펼쳐 놓고 손님을 기다리신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통행과 비싼 월세를 내고 장사하는 사람들의 불편감으로 인해 신고가 들어가지 않고 오랫동안 좌판을 열 수 있는 이유가 살짝 궁금하긴 하다. 아마도 나라를 구하려고 애쓴 독립운동가의 자손이지 않을까?
불법이겠지만 법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갑자기 여름이 된 5월의 햇살은 뜨거워 그늘이 필요하다. 박스로 양말들을 덮어놓고 양말의 맛을 알고 찾아오는 단골 손님을 기다리는 양말 아저씨가 분명 어딘가에 계실텐데 보이질 않는다. 근처 갑작스럽게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의 작은 그늘에 피신을 하여 양말들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분명 양말 아저씨 맞다. '저, 양말 주세요~~~' 양말들이 들어간 검은 비닐봉지의 커다란 입을 꼭 야무지게 묶어본다. 바로 옆 큰 마켓에 함께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먹거리를 구입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카시아 향기 진한 한 여름 푸른 5월이다. 다행히 아직 습기가 강하지 않아서 견딜만하다. 모든 것이 하, 수상한 시절이다. 전쟁의 끝은 종잡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날씨님 또한 종 잡을 수 없는 수상한 시절이다.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