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November 06, 2024

겨울의 처음

 노랗게 물든 은행 나무를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예측과 달리 노란 은행나무들을 보았다. 은행 나무 종류와 뿌리 내린 환경에 의해 다른 것인지 같은 지역에서도 아직도 푸른 모습을 하고 있는 나무도 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을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발품을 팔아 울긋불긋한 가을 풍경을 찾아 나선 것을 보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귀함을 알게 된 모양이다. 

가을 바람에 나뭇잎이 영화처럼 떨어지니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스마트 폰을 가방에 넣고 그냥 풍경을 즐길거라는 다짐이 무색하게 그만 사진을 찍느라 나 역시 바쁘다. 거리에 뒹구는 플라타나스 커다란 나뭇잎을 밟으니 '바스락'하고 소리를 낸다. 시몬이 밟았다는 가을의 소리! 찍지 말고 느껴야 하는데~~~

올들어 가장 추운 가을 아침은 오늘은 아마도 초겨울이라고 해도 될 것 같으니, 더 따뜻한 마음을 껴입어야 한다.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능력과 인간다움을 점점 상실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기도 하다. 지루하고 심심한 출근길에 이어폰을 귀에 꽂고 듣게된 첼로 음악에 마음 속에 촉촉한  물기가 도는 것을 느꼈다. 영화를 보며 엉엉 울었다는 친구의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마음 풍경이 부러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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