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November 27, 2023

붉은 별을 밟다

 겨울 비가 내린 후 다음 날 예상 온도가 8도 이상으로 떨어진다 하여,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한 탓인지 막상 비 내린 다음 날, 오늘은 그리 춥지 않다. 

어제 내린 비는 빨간 단풍나무 별들과 함께 내렸나 보다. 무수한 붉은 별들이 길바닥에 스티커처럼 붙어 있다. 이른 아침부터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젖은 낙엽을 모으는 소리가 들리는 아침은 이상하게 영화 한 장면 같다. 

기온이 떨어져 '낙상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안전 문자가 스마트 폰에 도착해 있음을 기억한다.  나이를 먹으니 '낙상'이란 단어가 두렵다. 미끄러지지 않을 신발을 챙겨 신고 내딛는 걸음 마다 경계하며 붉은 별들을 밟고 걷는 이 순간도 잠시, 지나갈 것이다.

'머지 않아 너의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머지 않아 모두가 너를 잊게 될 것'(아우렐리우스)


'국민 잠바'라 할 수 있는 두꺼운 오리털 잠바를 껴입고 지하철에 오른 사람은 나 혼자이지 않다. 사람들의 움직임은 커다랗고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두껍게 겹쳐진다. '뭐 어때, 옷이잖아.'  타인과 겹쳐지는 것은 겨울이어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지난 밤 부쩍 차가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동네 공원 걷기를 감행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평화롭고 고요한 걷기는  즐거움이다. 망설이는 마음으로 집안에 주저 앉아 있었더라면 행복 호르몬  '도파민'이 주는 맛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날이 추우면 더 두꺼운 옷을 챙겨 입고 나가고, 비가 오면 우산을 챙겨 나가면 된다.  단단하게 나아가지 못하고 물렁거리는 순간이 나라고 왜 없겠는가. 

홈 쇼핑에서 부쩍 '관절'에 관한 영양 보조제를 홍보하고 판매한다. 몸이 점점 노쇠에 갈 것이란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미리 앞당긴 두려움에 사로 잡히지 않기 위해 일단 홈 쇼핑에 걸려 들지 말아야 한다. 아무 일 없을 것이라며, 내 '연골'은 멀쩡할 것이라며 벌떡 일어나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 

고개를 들어 겨울 검은 밤,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달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낭만적이다. 보름달이다! 걸을 수 있는 즐거움을 오랫 동안 허락하시라 기도해 본다. 두 다리 성성하게 하소서! 홈쇼핑에서 선전하는 관절 영양제를 챙겨야 했을까...

일단, 젖은 낙엽에 미끄러지 않게 근육부터 잡고 보자. 몸과 마음의 근육이 울퉁불퉁한 그런 사람 되고 싶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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