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ne 10, 2015

Kimchi or Painting

물은 달지 않아 좋다
물은 맵거나 시지 않아 좋다
물가에 한 백년 살면
나도 맹물이 될 수 있을까?
- 신협, 맹물

'메르스'로 인해 그야말로 집안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집밖으로 나가야 하거늘, 다시 집안으로 들어오고야 말았다. 그동안 흘려 보낸 귀중한 시간을 생각하니, 아침잠이 물러갔다. 신문을 집어들고, 텔비를 켜고, 무엇부터 시작하지? 겨우 길들여 놓은 생활의 패턴이 무너지는 그 느낌.

오이김치와 깻잎김치를 검색하다가 오이김치를 하기로 하고 서둘러 슈퍼에 갔다. 스마트 폰으로 공부를 미리 하고 갔긴 했지만서도, 나 보다 경험 많아 보이는 멋진 주부님께 그냥 물어 보았다. 구입한 오이의 양과 비례한 부추의 양이 어떤지요? 많다 하였다. 양념이 주재료 보다 많으면 김치가 맛있지 않다며...

오이를 멋지게 맛나게 할 것인지 시골스럽게 막 담을 것인지 결정을 해야했다. 편안하게 하리란 나의 다짐이 멋진 주부님이 집에 들릴 손님과 주부의 격을 운운하며 전통식으로 얌전하게 담아야 한다는 설에 그만 나의 단순하고 무식한 결단이 잠시 흔들렸다.

왜 자꾸 집에 있으면 요리를 하는 것이지?

착한 주부의 본능이 그냥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예술에 대한 감을 놓치 않기 위해 최소한의 몸부림은 해 주어야 하는데...

김치를 담고 오후엔 붓을 들리란 의지가 밀려오는 피곤함을 당하지 못하였다!

그래도 스케치북에 떠오르는 단상을 그려 놓은 것은 놀라운(?) 진전이다. 절대 그런 일 없을 것 같더니...드디어!

김치를 담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뿌듯하고 즐거운 습관으로 기억하고자 한다. 더 늙으면 이것도 힘들지 않을까 하면서.

품위있는 김치를 담구지는 않았서도 나름 주어진 여건하에 최선을 다 했으니 기쁘지 아니한가!

저 위에 시는 왜 적었냐고요? 멋져서 적었지요. 맹물같은 인간이 되려면 난 아직도 멀었지 하면서. 맹물 같은 하루가 싫어서 생막걸리를 사놓고 삼겹살 수육이 익기를 기둘리는 아낙이 바로 나인가요 하면서  해너머 가는 시간을 붙잡고 뻔한 질문을 자문해 볼 것이다.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