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Studio
언젠가 씁쓸하게 맛보았던 그 느낌을 오늘 난 스튜디오에서 견뎌야 했다. 한여름 아무도 없는, 아니 내가 없는 스튜디오에서 얼쩡거렸던 그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그 존재의 무게감, 어깨가 무겁게 눌리는 의욕상실의 그것.
대학원 일학년때 만들어 놓은 작품 두개를 뜯어 내어 찢는 그 과정은 그리 시원하지 못했다. 언젠가는 치워야할 해결되지 못한 미완성품들을 쓰레기통에 넣고 돌아오는 그것은 절대 섭섭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를 우울감이 밀려오는 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
왜 그리도 무모하게도 열심을 냈을까?
물론 미런스러운 열심을 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이 자리에서 서지 못했을 것 잘 알면서도... 다 가지고 떠날 수 없기에, 소중한 시간과 정성이 칠해진 나 닮아 못난 작품을 버려야 하는 순간이 온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버려야 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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