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ly 14, 2009

Look Alike

열덟 그루의 '에버그린 트리'(한국말로 어떻게 불리는 지 모르겠다)를 울타리 삼아 더운 날에 땅파서 심고 뿌리가 내릴 때까지 물주고 그렇게 정을 들였었는데, 이런저런 일로 바빠 잘 있으려니 하고 눈을 마주쳐주지 못했더니......

활엽수의 나뭇잎들이 사라진 삭막한 겨울날 그 언제나 푸른 초록으로 잘 서 있다 싶었는데 모든 것이 푸른 이 여름날에 에버그린들이 병을 앓고 있음을 이제야 알았다. 주렁주렁 달려있는 정체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것들은 벌레들이었다.

에버그린의 잎으로 옷을 해입은 정체를 처음 발견한 순간 그것들이 움직일 수 없는 무슨 곤충의 씨앗들인 것으로 알고 급하게 띠어내고 할 일을 다했다 싶었는데 얼마쯤 시간이 지나 보니 그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 열매들이 다시 달라 붙어 있지 않는가 말이다.

움직이는 것들이라 결론을 내리고 시간을 내어 비닐봉지에 담아 한보따리 버리고 약까지 해주고 그랬는데 다시 주렁주렁 달려서 나의 에버그린을 브라운으로 만들고 있음을 보는 그 마음을 그대는 아는가.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미루다가 드디어 푸른 장갑을 끼고 플라스틱 통을 챙겨 에버그린을 구하러 나갔다. 공포영화처럼 플라스틱에 모여있는 에버그린의 잎사귀로 옷을 해입고 열매처럼 변장한 벌레들은 움직였다. 그 뭐하는 척 하는 것들을 발로 지근지근 밟아 쥑여야 하는데 그 느낌을 간직하기도 싫어 세탁기 용액의 쓴맛을 부어서 비닐봉지에 담아 버렸다.

올봄에 비가 많이 내렸고, 그리고 멀치도 해 주지 않았고 이른 봄에 약을 해주지 않았던 소홀함 탓이다. 언제나 푸르른 초록빛을 보기 위해선 하늘에서 주어지는 물과 태양빛뿐만 아니라 나의 정성과 관심이 절대적이란 것을 새삼 깨닫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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