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15, 2008

With Heart


유화 숙제를 하다가 비싼 유화물감이 남아 버리기도 아깝기도 하고, 그리고 봄방학이기도 하고해서, 조그마한 사이즈 그림 하나를 더 그리기로 하였는데 만족하여 붓을 놓기가 힘들었다. 어떤 그림은 어떤 순간에 이르러 저절로 흥여 겨운 가락을 내입술에 달게 하는 가 하면, 어떤 그림은 언제까지나 해결해야 할 숙제를 남기는 그런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이 그렇다. 먼저 그린 그림에 너무 정열을 쏟아서일까? 지난 일요일 아침에 시작을 하여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지만 난 더이상 내 그림을 풀만한 열쇠를 발견하지 못해 그만 멈추기로 하였다. 물감이 느리게 마르니 만지기도 어렵기고 하거니와 자꾸만 칙칙해지는 그림이 두렵기만 하다.
블러그에 올리지 않은 장미 그림이 하나 있다. 사진을 찍지 않은 그 그림은 책의 그림을 보고 하다가 길을 잃었었다. 월맡에 갔다가 빨간 하트모양의 꽃을 발견하고 알뜰하게 구입하여 집으로 오는 길에 나의 창작욕은 지난 꽃그림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빨갛게 주었었다.
하지만 남긴 물감으로 그리려던 마음의 정성이 떨어져서인가? 아니면 원래 식물을 그린다는 것은 어려운 것인가? 정물화를 그리는 것에 대한 예의가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제대로 이 꽃을 해석하지 못한 것일까?
이파리와 꽃 모두가 하트 모양인 이꽃을 보색인 초록과 빨강으로 그리면 될 것 같았는데, 그만 그림이 칙칙해지고 기름져지고 말았다. 하긴 이꽃의 느낌은 절대 수채화처럼 투명한진 않다. 하지만 왠지 칙칙하다. 그 이유를 알면 내 그림을 살릴 수 있을텐데...
배경을 처리하는 것은 매번 어렵다. 침실 한쪽 구석에 셋팅을 하고 그리다보니 언제나 노란 불빛 아래 그림을 그리게 되고, 그러다보니 난 노란색을 자꾸 사용하게 되고, 뭔가 다른 느낌의 그림이 자동으로 탄생하길 바랬는데 그것이 아닌가보다.
칙칙한 배경을 처리하기 위해 난 과감하게 붉은 붓터치를 남겨 보았다. 뭔가 움직이는 느낌은 드는데 무엇인지 모르게 생뚱맞은 것이 내옷을 입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다음 주 수업 시간에 샘에게 가르침을 받아봐야겠다.
이 그림을 보고 누군가가 정열적인 에너지를 느낀다면 다행이다. 이 꽃은 정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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