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rch 09, 2008

Spring Break

봄 방학이다! 그리고 난 봄방학 숙제를 하고 있다. 피겨드로잉 클라스의 숙제는 참으로 부담스럽다. 주제가 '스프링 브레이크'라고 했을 때 난 고불고불한 스프링을 그리면 되겠다며 내 스스로를 격려했다. 하지만 하나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은 그리 즐겁고 신나는 일이 아니다.

망치로 얼음을 깨던 올 겨울의 파편이 떠올라, 망치질로 솟아나는 그야말로 스프링을 그리려고 했는데, 난 실패했다. 막 스트레스가 쌓여 음식을 와구적와구적 먹어대는 것 아닌가!

그리하여 난 몇장의 비싼 드로잉 종이를 찢어버린 후 마음을 다시 잡고 시작하였다. 봄바람이 불고 꽃들이 피어날 봄날에 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그동안 난 화장도 하지 않고 거울도 보지 않는 미술학도가 되었기에 난 잃어버린 나의 여성을 찾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내가 미술학도가 아니라면, 아마 난 하히 힐을 신고 그리고 하늘하늘한 스카프 목에 두르고 그리고 초라하지 않게 진주목거리, 그리고 향수 한방울 적시고 봄날을 즐기지 않을까? 뭔가 골빈 듯한 사물들을 골라 그리게 된 것 같기도 하지만 난 이것들을 좋아한다. 아니 그리워 한다.

미술학도가 되어 날마다 그림 생각만 하고 사는 것도 좋은 일이나 나의 봄날이 가고 있다. 이마에 흰머리가 솟구쳐도 그것들을 뽑아낼 조각 시간도 못가지고, 여성으로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그냥 덩그렇게 놔둔채 난 바삐 살고 있다.

오는 봄날에 하늘 하늘한 스커트를 입기엔 넘 군살이 많고, 하히힐을 신고 학교가기엔 하루종일 다리가 아플 것이고, 그리고 진주목걸이는 좀 그렇고, 내가 좋아했던 빨간 립스틱은 이제 그냥 소장품...

오지도 않은 봄날이 가고 있다하긴 그렇지만, 내 인생의 봄날은? 글쎄다. 지금 내 나이 가을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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