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November 26, 2007

Rain in Winter

댕스 기빙데이가 끝나자마자, 아니 끝나기도 전에 크리스 마스는 시작되었다. 이웃들이 창문에 커튼을 열고 동화책에 나오는 장면처럼 창가에 그윽한 불을 켜놓기 시작하고 불꽃들을 정말 사치스럽게 내걸고 있는 오늘날에도 비가 김종서의 노래처럼 내리었다. 이런날연인과 헤어지면 참 처참하겠지 싶다.ㅎㅎㅎ

역시 난 학교체질인 것 같다. 정신적인 위로을 받고 싶은 곳에서는 오히려 사회적 동물이 아닌 듯한 내 정체감을 받는다면, 난 학교에선 나다워서행복하다.해저무는 시간까지 그리고 색칠하는 행위를 통해서난 건강한 내 자존감을 지키고 있다. 뭐 남들보라고 겸손한 척 부족한 척 할 필요없이 내 작품이 나를 말하고 장점과 단점을 찾아 북돋구고 보완하면서 발전한다고나 할까. 이런 저런 눈치 볼 필요없이 얼마나 좋은 시상인가!

며칠 쉬다가 학교를 복귀하니 어린 친구들도 사랑스럽고, 숙제 많이 내준 얄미운 샘도 반갑고...역시 난 학교체질이다. 누구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못난 점 헤발리고 끼리끼리 밥묵고 히기덕거리는 것은 누구님들이 하고 난 열심히 그림그리고, 하긴 놀아주는 사람 없으니 방해가 되지 않고 얼마나 족한가! 언제나 나에게 충분한 것으로 채워 주시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댕스기빙데이 저녁식사를 초대해준 이웃 미국집에서 증명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좀 아쉽긴 하다. 내가 정말 혼자 지내는 것을 걱정할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디... 내 이웃들은 교수님 의사님 그리고 변호사님 그리고 사업가님 등등의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는 이웃들이다. '주디'는 변호사인데 참 똑똑하고 착한 여성으로 보였다. 나처럼 가든닝을 좋아해서 가든닝 이야기를 하다 침튀어 나왔다.ㅎㅎㅎㅎ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나의 브로큰 잉글리시가 거침없이 튀어 나오는 장면을 찍었어야 하는디....

정말 내가 학교 땜시 바뻐서 그렇지, 조직을 만들려면 못만들 사람아니다. 그러나 나 넘 현실에 바쁘고 나 너무 가진 것 많아(?) 다들 알다시피 이쁘고 멋지고 노래 잘하고(?) 운동 잘하고 그리고 섹시하고 남편있고 잘난 아들있고 또....얼마나 가진 것이 많은가! 이쁜 옷도 많고 좋은 책들도 많고 멋진 그림과 사진도 많고....그러니 누가 날 품을 수 있단 말인가!ㅎㅎㅎㅎ 내가 말하고 보니 좀 그러네. 누구님 말마따나 내 신랑이니 날 품어주고 감아주고 끌어주고 땡겨주지 누가?

젊은 친구들은 밥 사주어야 놀아주고, 나이든 님들은 말씀을 잘 들어주어야 밥 사주며 놀아주고, 동갑내기들은? 이곳에서 비슷한 처지의 동갑내기 친구들을 만나기는 힘들고, 사실 기러기들은 학교 다니느라 각자 바쁘다.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며 돈부치는 남편 생각하면 빈둥빈둥 놀면 간이 부은 것이라 생각되어 열심히공부하고 뭐 그렇게 하루 하루 사는 것이고, 난 학생 아파트에 살지 않기에 조직이 더군다나 없는 것이고....

비가 오니 빈대떡 부쳐먹으며 쓸데 없는 소리 주구받을 친구들이 넘 보고싶다. 뭐?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이라고 했냐? 시방 니도 나도 외로우니 서로 아껴주고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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