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대한 예의
새로 구입한 트웨이드 자켓은 벚꽃처럼 하얀 핑크빛으로 눈부시게 반짝거린다. 옛날 같았다면면 너무 반짝임이 부담스럽다며 마다했을 것이다. 무대에 서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주위를 집중시키는 연예인의 의상아닌가. 내가 늙었나 보다, 반짝거리는 것이 좋아지다니. 언제 어디로 입고 나갈 것인가 묻지 않기로 했다. 결국엔 너를 데려오고 말았다. 내가 저지른 과한 선택이 부담스러워 잠시 하루 동안 눈에 띄지 않게 감추워 두었다. 그런데 이른 시간 잠이 깨자마자 생각했다, 반짝이는 네가.
늦잠이라도 자며 잠을 보충했어야 했는데, 미지적거리지 않고 이른 아침을 덕분에 일어나야했다. 내가 구입한 옷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할 의무가 있다. 나답게 나다운 코디를 완성해야 한다. 반짝이는 너를 소화하려면 단순한 옷을 받쳐입어야 하고, 채도를 생각하면 바지 색은 하얀 바지 아니면 밝은 회색바지로 가야겠지.....이런 일련의 과정도 더 늙으면 못하려니......즐기도록 하자^^
갑자기 흰색 바지에 꽂힌 자신에게 살짝 놀라고 있는 중이다. 학교 체육복 흰바지 말고는 입은 적이 없는데 왜 갑자기? 더 늙기전에 입어보지 않은 색에 도전하고 싶기도 하다. '도전'이란 말을 의상구입에 사용하기가 조금은 죄책감이 느껴지는 것은 또 뭐람.
온라인에서 사이즈를 다운시켜 구입한 흰색 바지는 허리가 크고 바지 길이도 길다. 왕성한 소비활동에 따른 죄책감 때문인지 수선가게에 가지않고 자체적으로 수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돋보기를 쓰고 바늘귀에 실을 꿰어 엉성하고 누가 볼까싶을 정도로 뚝딱뚝딱 바지길이를 수선하였다.
그러고 보니 이제 신발이 문제이다. 흰바지에 어떤 신발을 신어야 할까. 밝고 얇아진 바지의 특징을 고려해 얄상한 운동화를 챙겨보았다. 마침내 다 이루었다 ㅋㅋ 반짝거리는 너를 책임을 지려고 소중한 오전 시간을 다 썼음에도 이상하게 기분이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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